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에 나선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전 서울시장(왼쪽부터)과 나경원 전 의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뉴스1
“당이 벌써 오만해졌다.”
국민의힘 김무성 전 의원이 21일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단일화 논의와 관련해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김 전 의원은 보궐선거에 출마한 나경원 전 의원을 자신이 주도한 ‘더 좋은 세상으로’(마포포럼)에 초청한 자리에서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하면 당(국민의힘) 지지율이 조금 오르고, 상대 당(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많이 빠진 것”이라며 “(당에서) 3자 대결을 해도 이긴다는 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무성 "국민 염원은 야권 후보 단일화"
김 전 의원은 이어 “국민은 이번 선거에서 야권이 반드시 이겨주길 바라고, 이 성공이 대선까지 이뤄지기를 바란다”면서 “국민이 염원하는 것은 야권 후보 단일화”라고 강조했다. 이 발언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자 구도에서도 승리가 가능하다고 밝힌 부분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실제 야권에선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후보 단일화 방식을 놓고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19일 “국민의힘 경선플랫폼을 야권 전체에 개방해 달라”며 국민의힘 경선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당 대표로서 자신의 당적은 유지하면서도 야권이 한번의 경선을 통해 ‘원샷’ 단일화를 이루자고 제안한 것이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1일 서울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있다. 뉴스1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 위원장은 “뚱딴지같은 소리”라고 거부했다. 안 대표가 제1야당인 국민의힘 경선에 참여하려면 국민의힘으로 입당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김종인 "단일화 깨면 표 못받아"…안철수 "서약하자"
그러자 안 대표는 김 위원장을 향해 “전체 야권 중 자기 지지층만 지키려 하지 말고 큰 정치를 해야 선거에서 이긴다”고 맞받아쳤고, 김 위원장은 “경선에 무소속으로 (참여)하겠다는 게 정치 상식이나 도의에 맞는 얘기냐”면서 불쾌함을 나타냈다.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21일 3자 구도를 다시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3자 구도를 이야기 하는 건 단일화 과정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의당 안 대표가) 거기에 불복하고 출발했을 때 나타날 현상”이라며 “단일화를 깨는 사람에게 표가 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안 대표도 “대국민 서약을 하자. 단일후보 결과에 승복 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의원들, '우려'…'성명서' 언급 나와
이처럼 김 위원장과 안 대표가 치열한 신경전을 펼치면서 벌써부터 단일화가 성사될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 위원장은 국민의힘이 자체적으로 후보를 확정한 뒤 3월 초에 단일화에 나서겠다는 생각이고, 안 대표는 지금부터 논의를 시작하자는 입장이다.주호영 원내대표(왼쪽)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이달 8일 서울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야권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의원은 “야권이 후보 단일화 싸움을 하면서 유권자들의 피로도만 쌓이고 있다”며 “문제가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실제 일부 의원들 사이에선 야권 단일화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내야한다는 의견들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 의원은 “내부 분란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단일화를 빨리 논의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일단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다”며 “단일화를 빨리 매듭짓고 여당에 대한 선거 전략을 세워야 하는 상황에서 의원들이 답답해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