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독립 의지 퇴색 지적... 새로운 로고 필요성 제기
남기명 공수처 설립준비단장(왼쪽부터),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추미애 법무부장관,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초대 처장이 2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공수처 현판 제막식에서 현판식을 갖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21일 공식 출범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기관을 상징하는 ‘로고’를 정부 부처에서 쓰고 있는 ‘태극 문양’을 사용하는 것을 놓고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공수처는 법적으로 입법, 사법, 행정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완전한 독립 수사기구인데 행정부를 상징하는 태극 마크를 기관명에 병기하는 것이 ‘정치적 중립과 독립’을 표방하는 공수처의 조직 위상과 목표에 배치된다는 것이다.
검찰과 경찰이 법무부와 행정안전부 등 행정부의 지휘와 통제를 받는 것과 달리 공수처는 정부 부처나 청와대 등 다른 기관의 간섭을 일절 받지 않는다. 공수처법 3조 2항은 ‘수사처는 직무를 독립해 수행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3항에는 ‘대통령, 대통령비서실의 공무원은 수사처의 사무에 관해 업무보고나 자료제출 요구, 지시, 의견제시, 협의, 그 밖에 직무수행에 관여하는 일체의 행위를 해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돼 있다.
태극 문양은 1949년부터 정부의 상징 역할을 해온 ‘무궁화 문양’과 부처별로 제각각이던 상징을 통일해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6년 일원화한 것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행정기관들이 각기 다른 상징을 채택하면서 국민들이 정부 기관의 이미지를 명확하게 인식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였다.
법조계에서는 “공수처의 태극 문양 로고는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공정성’을 생명 줄처럼 지켜야하는 공수처가 정부의 일개 부처인 것 같은 인상을 국민에게 줄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전직 검사장은 “로고는 기관의 존재 이유와 목적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마크를 넘어서는 의미를 갖고 있다”며 “행정부 감시가 본래 임무인 공수처를 중앙행정기관들이 몰려 있는 정부과천청사에 둔 것도 부적절한 배치였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로고까지 정부 상징을 갖다 쓰면 문재인 정부의 ‘공수처 독립 의지’가 퇴색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공수처가 법적으로 행정부 소속이 아닌 것이 명백한 만큼 새로운 로고를 제작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오로지 국민의 편에서 불편부당하게 성역 없는 수사를 하겠다고 천명한 공수처의 임무를 형상화한 별도 상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본관 건물 입구 태극기와 검찰청기.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실제로 2016년 정부 로고 통일 당시에도 독립성이 보장돼야 하는 검찰과 감사원, 경찰청, 국방부 등은 기존의 개별 상징을 유지했다.
특히 검찰은 법무부 산하에 있는 중앙행정기관이지만 법을 집행하는 준사법기관이어서 수사와 조직 운영, 로고 사용에서 독립성을 보장받아야 할 위치에 있다. 검찰은 과거 오랫동안 사용해온 무궁화 형상의 마크를 2004년부터 칼과 대나무를 형상화한 새로운 로고로 교체했다.
검찰에 따르면 청색의 5개 막대 밑에 ‘검찰’ 기관명이 표기된 검찰 로고는 대나무의 올곧음에서 모티브를 따오고 직선을 병렬 배치해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 이미지를 구현하고 있다. 다섯 개의 직선은 공정, 진실, 정의, 인권, 청렴을 뜻하고 중앙의 직선은 엄정한 법집행을 뜻하는 칼을 상징한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