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몰래 깜짝 선물로 (전동) 킥보드를 몰래 사둔 거예요. 하필이면 딱 그날에 이렇게 돼서….”
시내버스에서 내리다가 뒷문에 롱패딩의 끝자락이 끼어 숨진 김정은 씨의 남동생은 21일 채널A와 인터뷰에서 누나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날 그 버스를 안 탔으면 살아 있을 거란 생각에 가족들은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채널A에 따르면 고인 김 씨는 헤어 디자이너의 꿈을 이루기 위해 성실히 살아가던 20대 여성이었다.
김 씨의 부친은 사고 당일 고생하는 딸에게 깜짝 선물로 준비해둔 전동 킥보드를 선물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안타까운 사고로 주인 없는 전동 킥보드만 덩그러니 남게 됐다.
김 씨의 남동생은 “차를 사줬더라면, 내가 그냥 킥보드 가져다 미리 줬으면, (아버지가) 그날에 대한 모든 걸 후회하고 있더라”고 말했다.
사고는 이달 19일 오후 8시 30분경 경기 파주시 법원읍에 있는 한 버스정류장에서 발생했다. 경찰은 김 씨의 롱패딩 소매가 버스 출입문에 끼어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영상을 보면 김 씨가 버스에서 내리고 문이 닫히자마자 버스는 출발했다. 김 씨는 문에 바짝 붙어 뛰어가다가 속도를 이기지 못해 넘어졌다. 김 씨는 뒷바퀴에 깔려 숨졌다.
전지현 법무법인 참진 변호사는 채널A와 인터뷰에서 “운전기사는 승객이 안전하게 내렸는지를 확인하고 운전할 의무가 있는데, 이걸 게을리 한 잘못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운전기사를 입건해 조사 중이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