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블루’를 고백한 영국인 스티븐 리델. 트위터 갈무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실직한 뒤 1년을 홀로 지내온 남성이 우울증을 고백하며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건 사람의 포옹”이라고 말했다.
19일(현지시간) 메트로에 따르면 영국의 여행사 대표였던 스티븐 리델(47·남) 씨는 지난해 3월부터 하트퍼드셔 자택에서 혼자 지내왔다. 천식을 앓고 있는 스티븐 씨는 연락하는 가족도 없어 한 해가 지나도록 아무도 만나지 못했다.
스티븐 씨는 코로나19 이전 하루에 대여섯 건씩 여행 예약을 받았지만 실직 후에는 돈을 전혀 벌지 못했다. 국가에서 지원금을 받을 수도 없었다. 지난 3년 동안 여행사를 운영하면서 5만 파운드(약 7500만 원) 이상의 수익을 낸 것으로 집계돼 지원금 자격에 해당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코로나19 기간 동안 우울증과 자살 충동을 수도 없이 겪었다고 밝혔다. 매일 밤 악몽을 꿔 울면서 잠에서 깬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모든 사람이 ‘내년엔 나아지겠지’하면서 버틸 때 난 그렇게 먼 미래를 생각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스티븐 씨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최근 한 자선단체가 왕복 6시간을 차로 달려와 그에게 보급품을 전달했다. 미국, 캐나다, 인도 등 전 세계 각지의 사람들도 그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넸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온정에도 불구하고 스티븐 씨는 여전히 매일 음식과 난방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고달픈 삶을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티븐 씨처럼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해 일상에 큰 변화가 닥치면서 생긴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을 ‘코로나 블루’라고 한다.
영국의 정신건강센터는 “코로나 블루로 1000만 명의 사람들이 정신과 진료가 필요할 것”이라 예측하면서 “국가가 정신 건강 위기에 직면해있다”고 경고했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