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컴퓨터 과학자인 앨런 케이(Alan Kay)는 1968년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에서 ‘모든 연령의 아이들을 위한 컴퓨터’라는 이름의 교육용 컴퓨터를 제안한다. ‘다이나북’으로 명명된 이 제품은 프로세서 하나를 사용하는 독립형 컴퓨터로, 메모리와 키보드, 디스플레이, 카세트 2개를 포함하는 구조였다. 당시 기술력의 한계로 이 제품이 상용화에 이르진 못했지만, 그가 고안한 개념은 오늘날 노트북·랩톱이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를 디지털화하고 있다.
최초의 다이나북은 태블릿 형태에 키보드가 달린 슬레이트 형태였지만, 오늘날 노트북의 형태는 접는 형태로 정형화돼있다. 하드웨어 구조와 운영체제가 성숙함에 따라 노트북의 구조와 디자인도 가장 효율적인 형태만 살아남은 게 그 이유다. 2010년에 유행했던 10인치 크기의 넷북이라던가, 분리형 노트북인 탭북 등이 조용히 사라진 이유도 성능 구성이나 활용도가 비효율적이기 때문이었다.
15.6인치 HP 프로북 450 G8과 24형 HP E24qG4 모니터. 출처=IT동아
사이즈나 활용도에 따른 제품 구분도 분명해지고 있다. 외장 그래픽 탑재로 크고 무겁지만, 성능은 높은 게이밍 노트북이라던가, 저전력 프로세서 기반에 얇고 가벼운 휴대용 노트북, 15.6~17인치 크기로 휴대성과 데스크 업무 모두에 보편적인 비즈니스 노트북 등이 그렇다. 그중에서도 비즈니스 노트북은 코로나 19로 인한 반사 이익을 톡톡히 받고 있다. 휴대용 노트북과 비교해 저렴하면서도 화면은 크고, 가끔 휴대하는 조건에 맞는 배터리 성능과 크기를 갖춰서다. 업무용 노트북의 선두주자인 HP의 비즈니스 노트북을 토대로 최신 업무용 노트북의 특성을 살펴본다.
HP의 기업용 노트북 라인업은 고성능 워크스테이션 제품군인 Z북과 고성능 프리미엄 노트북인 엘리트북, 그리고 합리적인 제품 구성과 성능을 조합한 프로북 시리즈와 보급형 제품군인 에센셜(Essential) 라인업이 있다. 그런데 제품 라인업만 4개일 뿐, 제품 세부 성능까지 따지면 수십 가지로 또 나뉘는데 100만 원대 전후로 최신 사양에 합리적인 제품 구성을 원한다면 프로북 시리즈가 제격이다. 프로북은 높은 하드웨어 성능과 확장성을 갖춘 600 시리즈와 보편적인 업무 환경에 대응하는 400 시리즈 두 가지가 있다.
HP 프로북 450 G8은 11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가 탑재된다. 출처=IT동아
400 시리즈 역시 최소 5개 이상의 라인업과 10개 이상의 세부 제품군으로 나뉘는데, 가장 많이 찾는 조합의 제품은 11세대 인텔 ‘타이거레이크’ i5 프로세서와 8GB 메모리, 256GB 저장장치를 갖춘 HP 프로북 450 G8-2Z8Z9PA(이하 HP 프로북 450 G8)이다. 리뷰에 사용된 HP 프로북 450 G8은 4코어 8스레드 기반의 인텔 코어 i5-1135G7이 탑재되며, 새로운 아이리스 Xe 그래픽스와 단일 채널 8GB 메모리, NVMe 256GB 저장장치가 적용돼 문서 작업부터 사진 편집 수준의 작업도 적절한 속도로 처리할 수 있다.
좌측부터 13.3인치 노트북 화면과 15.6인치인 HP 프로북 G8, 24형 E24qG4의 크기 비교. 출처=IT동아
디스플레이는 15.6형 평면내 전환(IPS) 패널 디스플레이가 사용됐고, 180도까지 꺾인다. IPS 패널 특성상 좌우 178도 광시야각을 지원하고, 비반사처리도 적용돼 정면이 아닌 각도에서 바라보아도 화상을 원활하게 확인할 수 있다. 화상 밝기는 250니트로 야외보다는 실내 환경 위주에 적합하며, 색재현력은 NTSC 45%다. NTSC는 sRGB 환산 62%의 색재현력으로, 해당 디스플레이 패널로 볼 때 웹 이미지 색상이 원본의 색감을 완전히 표현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단순 문서작업이나 사진 및 영상 보기 이외에 사진 편집이나 영상 편집 용도로 활용하길 원한다면 예시처럼 별도로 모니터를 연결해 사용하는 게 좋다.
모니터 상단에 720p HD 카메라와 물리적 덮개, 그리고 IR 카메라가 배치돼있다. 출처=IT동아
아울러 모니터 상단에는 720p HD 해상도 카메라와 IR 센서가 배치돼있어 화상회의에도 문제없다. IR센서의 경우 윈도우 안면 인식으로 빠르게 잠금해제할 수 있게 도와주는 기능을 하며, 카메라는 물리 커버가 내장돼 화상회의 시 원치않게 카메라가 노출되는 일을 막아준다.
HP 프로북 450 G8의 인터페이스. 출처=IT동아
인터페이스는 좌측에 RJ-45 랜포트와 USB 3.1 단자, 우측에 마이크로 SD 슬롯과 오디오 단자, HDMI 1.4 포트, 2개의 USB 3.1 단자, 1개의 USB 3.1 C형(타원형) 2세대 단자가 있다. 무선 기능은 와이파이 6와 블루투스 5를 동시 지원하며, 넘버패드가 포함된 침수 지연 키보드와 지문 인식기가 포함돼 업무 환경의 편의성이 높다. 최신 선더볼트 4 미지원은 아쉽지만, USB 3.1 C형 단자가 DP 입력을 지원해 외장 모니터를 좀 더 편리하게 연결할 수 있고, HDMI도 풀사이즈로 지원해 모니터는 물론 TV나 빔프로젝터를 연결하기에도 용이하다. 특히 랜 포트 지원은 13.3인치 노트북에서 보기 힘든 기능으로, 안정적인 네트워크 기반으로 작업하기에 좋다.
업그레이드 및 유지 보수가 편리하게 돼있다. 업그레이드는 메모리 추가 및 SSD, 와이파이 칩셋을 교체할 수 있다. 출처=IT동아
15.6인치 노트북과 13.3인치 노트북의 차이는 단순히 크기 차이뿐만이 아니다. 보통 13.3인치 노트북은 얇게 만들기 위해 대다수 부품을 메인보드에 BGA 방식으로 일체화해 업그레이드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하지만 15.6인치 노트북은 내부에 여유공간이 있어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구조가 많고, 또 비즈니스 계열 제품은 유지보수의 용이성까지 고려해둔다. HP 프로북 450 G8역시 십자 나사 5개만 해제하면 밑판을 개봉할 수 있는데, 이 상태에서 NVMe 교체와 RAM 추가, 배터리 교체, 와이파이 칩셋 교체를 지원한다. 2.5인치 하드디스크가 지원되지 않는 점은 아쉽지만, 비교적 쉽게 개봉해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는 점은 기업 유지보수까지 생각하는 HP 프로북 특유의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업무 환경에 맞춰 진화해온 프로북, 2021년에는?
HP 프로북 450 G8의 CPU-Z(좌) 및 GPU-Z(우) 정보. 출처=IT동아
HP 프로북 450 G8은 인텔 11세대 i5-1135G7와 i7-1165G7를 탑재한 고성능 버전이 각각 출시된다. 리뷰에 사용된 제품은 4코어 8스레드 기반의 i5-1135G7이며, 인텔이 자체 개발한 아이리스 Xe 그래픽 카드가 내장돼있다. 메모리는 제품 구성에 따라 8GB 및 16GB를 선택할 수 있는데, 업그레이드를 통해 최대 64GB까지 확장할 수 있다. i5-1135G7은 10나노 공정 기반으로 14나노 공정 프로세서 대비 최적화된 배터리 효율과 향상된 성능이 특징이다. 물론 열설계전력 28W의 저전력 프로세서이므로 고전력 프로세서와의 비교는 어렵지만, 효율을 끌어올렸으므로 2~3년 전 데스크톱 수준의 성능은 발휘한다.
시네벤치 R23 결과, 단일 코어 1,339점, 다중 코어 4,116점으로 확인된다. 출처=IT동아
컴퓨터 프로세서의 성능을 일관적인 수치로 측정하는 데 쓰이는 벤치마크 프로그램, 시네벤치 R23(Cinebench R23)을 통해 HP 프로북 450 G8의 성능을 시험해보았다. 이전 버전인 시네벤치 R20 버전의 경우 1회 테스트에 그쳐 시스템 부하에 따른 성능 저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는데, R23버전은 1회가 아닌 10분 동안 렌더링을 진행해 시스템 안정성이나 발열로 인한 성능 저하에 따른 변수도 반영할 수 있게 됐다.
3D 마크 : 파이어 스트라이크 결과, 내장 그래픽으로는 기대 이상의 성능을 낸다. 출처=IT동아
그래픽 카드는 인텔 아이리스 Xe 그래픽이 탑재되며, 최대 4,096x2,304 60Hz 모니터까지 지원한다. 인텔 10세대까지는 내장 그래픽 성능이 상당히 떨어졌지만, 11세대의 경우 자체 개발한 기술력을 앞세워 성능이 상당히 향상됐다. 게이밍 그래픽 성능을 수치로 확인하는 3D 마크 : 파이어 스트라이크 점수로는 2,749점이 나왔는데, 외장형 GPU인 엔비디아 MX150에 근접하는 수치다. 실제 게이밍 성능이 뛰어난 편은 아니지만, GTA 5를 1080p(FHD) 울트라 옵션으로 20프레임 초반이 나온다. 옵션을 중간으로만 낮춰도 40프레임 중반까지는 프레임이 확보되니 과거에 비해서는 적절히 성장한 편이다.
배터리 성능을 테스트하는 PC마크 8 : 베터리 라이프 실행 결과. 7시간 41분을 유지하고도 배터리가 20% 남은 상태다. 출처=IT동아
배터리는 10나노 공정으로 오면서 크게 개선됐다. 보통 15.6형 사무용 노트북은 가격대비 성능때문에 배터리 효율이 몇 시간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지만, i5-1135G7의 효율이 이 부분을 메우고 있다. 웹 서핑, 사진 편집, 화상회의 등 실사용 환경을 기반으로 배터리 성능을 확인하는 프로그램, PC마크 8 : 배터리 라이프를 통해 HP 프로북 450 G8의 실사용 시간을 시험했다. 제품 설정은 밝기 50%에 배터리 우선으로 진행했다. 해당 테스트에서 검출된 시간은 7시간 41분으로, 45W 배터리로는 상당히 긴 시간 동안 활용할 수 있었다. 화면 밝기나 배터리를 더욱 안배한다면 외부에서도 10시간은 거뜬히 쓸 정도다.
다각화된 업무환경을 위한 안정적 선택 될 것
15.6인치 노트북과 24~27인치 모니터는 재택근무에서 다중 모니터 환경 구현에 적절하다. 출처=IT동아
작년부터 유행한 코로나 19로 인해 노트북 수요가 매 분기마다 신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노트북은 웹캠이나 마이크, 스피커가 기본 장착돼있어서 화상회의나 재택근무에 훨씬 유리하고, 필요할 떄는 휴대할 수 있어서다. 데스크톱은 웹캠과 마이크, 스피커 모두 별도로 구매해야 하고, 외부로 갖고나가기도 어렵다. HP 프로북 450 G8같은 비즈니스 노트북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외부 휴대가 적으니 13.3인치를 선택할 이유는 줄어들었고, 반대로 15.6인치에 넘버패드 키보드로 업무 효율성을 확보하고, 랜 포트나 웹캠 커버 등 일반 노트북보다 업무에 더 유리한 인터페이스를 갖추고 있어서다.
HP 프로북 450 G8의 가격은 i5-1135G7 / 8GB / 256GB에 윈도우 미포함 기준 87만 원대, 윈도우 포함 118만 원대다. 엔비디아 MX450을 탑재해 그래픽 성능을 끌어올린 프로북 440 G8 버전은 98만 원대부터 시작한다. 본인의 업무 환경에 맞는 하드웨어 선택과 인텔 11세대 코어 프로세서 기반의 고효율 재택근무 환경을 찾는다면, HP 프로북 450 시리즈로 집안의 사무실을 구성해보자.
동아닷컴 IT전문 남시현 기자 shn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