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활성화된 비대면 재택근무 업무 생산성 감소, 비효율 우려 컸지만 진짜 실력파 누구인지 알 수 있게 드러나 이제는 숨을 수 없는 수많은 얼굴마담들 코로나 종식 이후 더 이상 설 자리 없을 듯
최인아 객원논설위원·최인아책방 대표
그가 뛰어난 감독이어서도 그렇지만 영화는 기본적으로 ‘감독의 예술’이기 때문이다.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은지 머릿속에 명확한 그림을 가진 감독은 각본 연기 미술 촬영 편집 음악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수없이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베스트를 끌어내 원하는 ‘작품’을 완성한다. 좋은 리더십의 사례라 할 만하다. 내가 리더십에 대해 강연할 때 종종 영화감독 얘기를 하는 이유다.
그러나 모든 리더가 이와 같지는 않다.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거나 지위에 비해 기여하는 바가 뚜렷하지 않은 이들도 꽤 있다. 이런 리더들의 쓰임새는 비슷한 데가 많은데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고객사와 회의를 하는데 저쪽에서 임원이 나온답니다. 본부장님이 가주셔야겠습니다.” 영리한 사람들은 타인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는다. 리더에게도 마찬가지다. 모시는 리더의 능력에 맞춘다. 그러니까 윗사람만 아랫사람을 평가하고 시키는 게 아니다. 아랫사람도 리더의 실력을 알아보고 그에 어울리는 미션을 드린다. “사업부장님, 고객사를 만나면 B라고 이야기해 주세요”라며 디렉션을 하기도 한다. 마오쩌둥은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고 했지만 일터에서의 파워는 기여도에 좌우된다. 직급이 높지 않더라도 핵심 해법을 제시하거나 해결사 역할을 하는 사람은 알게 모르게 입지가 커지고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일이 그 사람에게 몰리고 그 사람 중심으로 돌아가기 시작한다. 건강한 조직은 그렇게 움직인다.
코로나로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시작한 지도 거의 일 년이 되어 간다. 처음에는 만나지 않고도 일이 될까 염려가 많았지만 그런대로 일은 돌아갔고 경험이 쌓이니 재택근무에 대한 여러 평이 나온다. 출퇴근에 드는 시간이 없어 효율적이다, 윗사람을 만나지 않으니 스트레스가 적다, 일과 여가의 경계가 모호해져 오히려 일하는 시간이 늘었다 등.
직원들의 반응이 다양한 가운데 경영자들이 주목하는 점이 한 가지 있다. 생산자와 아닌 사람, 일에 기여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명확하게 드러나더라는 점이다. 특히 직급과 기여도가 비례하지 않는 경우를.
비대면 회의를 하면 잡담을 늘어놓기는 어렵다. 곧장 업무로 들어간다. ‘언컨택트’의 저자 김용섭 소장이 말하듯 화상회의 화면 속에선 직급에 상관없이 모두가 10분의 1, 20분의 1로 균등하다. 직급이 초래하는 차이는 줄고 업무 외적인 것들은 설 자리가 없다. 일 중심이 되고 능력과 실력이 핵심이 된다. 젊은 세대로 내려갈수록 재택근무를 선호하는 이유다. 일찍이 워런 버핏이 그랬다. 바닷물이 빠지면 누가 발가벗고 헤엄쳤는지 알게 된다고.
가치를 생산하지 않고 적당히 묻어갔던 사람들은 긴장한다. 회사는 그런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으니까. 한 가지 질문이 생긴다. 코로나가 진정되면 비대면 업무 방식도 끝이 날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이 방식이 효율적이라는 천기가 누설된 이상 원복은 어려울 것이다. 얼굴마담의 설 자리도 점점 좁아질 것이다. 만나야 얼굴마담의 역할을 할 텐데 비대면으로도 일이 되고 더구나 효율적이라는 평이 따르니 말이다. 자기 머리로 살지 않는 얼굴마담들에겐 앞으로 쭉 추운 계절이 될 것 같다. 그동안이 호시절이었다.
최인아 객원논설위원·최인아책방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