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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펀드 투자도 다르지 않다[오늘과 내일/박용]

입력 | 2021-01-23 03:00:00

대통령이든 기업이든 투자는 자기책임
투자위험 눈감고 수익만 나눌 순 없어




박용 경제부장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펀드 투자로 대박을 냈다. 2019년 8월 일본의 경제 보복에 맞서 국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을 지원한다는 취지로 필승코리아 펀드에 5000만 원을 투자했더니 90% 넘는 수익이 났다. 청와대에 따르면 대통령은 이 수익금에 신규 자금을 보태 ‘한국판 뉴딜펀드’ 5개에 1000만 원씩 넣기로 했다. 물론 대통령의 ‘투자 대박’이 불편한 이들도 있다. 한 누리꾼은 이 기사에 “이익공유 하실 거죠?”라고 댓글을 달아 눈길을 끌었다.

대통령의 펀드 투자는 정책 홍보 성격이 크지만 투자는 투자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주가가 폭락할 때도 펀드를 깨지 않고 버티며 만든 투자 수익을 새 펀드에 넣는 걸 문제 삼을 순 없다. 손실을 감수하고 번 투자 수익을 공유하라는 건 사유 재산을 인정하는 자본주의 원칙에도 맞지 않고, 경제 주체가 자기 책임하에 자유롭게 경쟁하고 이익을 내는 시장경제 원칙에도 어긋난다. 이익을 냈으니 망정이지 손실을 냈다면 그 손실마저 공유해 달라고 요구할 건가. 그렇지 않다면 이익도 내놓으라고 요구하면 안 된다.

대통령이 자발적으로 투자 수익을 코로나19 사태로 손해를 본 이들과 공유하면 세금으로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은 어떤가. 세금도 결국 누군가가 낸 돈이고, 도움이 꼭 필요한 저소득층이나 국가사업으로 가야 할 돈이다. 재정으로 해야 할 일을 남에게 대신하라고 하고 세금으로 다시 인센티브를 주는 건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격이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양극화 완화 해법으로 ‘이익공유제’를 꺼냈다. 문 대통령도 신년 기자회견에서 “‘코로나 승자’ 기업들이 출연해 기금을 만들어 고통받는 계층을 도울 수 있다면 대단히 좋은 일”이라고 거들었다. 대통령에게 이익공유를 요구한 누리꾼이 괘씸하다면 정치권이 기업들에 이익공유를 요구하는 것도 부당하다고 말해야 정직하다. 내가 번 돈은 괜찮고, 남이 번 돈만 수상하다는 건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다. 이런 이중 잣대론 국민의 공감을 사지 못한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등장했던 변종 이익공유제들도 그래서 흥행하지 못했다.

정치권의 이익공유제 재탕은 정치적 상상력의 빈곤을 드러내는 일이며 선거를 앞둔 책임 떠넘기기다. 일자리를 지킨 공무원과 국회의원보다 정부가 요구한 사회적 거리 두기에 동참한 음식점, 헬스장, PC방 사장님들과 이 일터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더 큰 피해를 본 건 사실이다. 이들을 선별하고 집중 지원하는 건 사회적 거리 두기를 요구한 정부가 해야 할 당연한 의무다. 할 일은 제대로 안 하고 민간이 알아서 할 일까지 이래라저래라 하는 건 지나친 간섭이다.

세금은 어디에서 걷어 어떻게 쓴다고 법으로 규정한다. 이익공유 제안은 어디까지 이익이고 어떤 이익을 나눠야 할지 모호하다. 여당에서 쿠팡, 카카오페이 등 플랫폼 기업을 승자로 거론하지만 여태 투자를 하느라 아직도 적자다. 이익공유제의 타깃이 된 금융권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에다 대출 부실 등을 대비한 충당금을 쌓으며 위험을 감내하고 있다. 이런 투자 위험과 손실은 쏙 빼놓고 돈을 번 것만 거론하면 당사자들은 생살을 뜯기는 것 같은 고통을 느낀다. 기업들이 번 이익을 사회와 공유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투자를 통해 일자리를 만들고 배당과 급여로 사회에 이익을 돌려주도록 유도하는 정공법뿐이다.

전체 일자리의 10%에 육박하는 공공부문은 코로나19 위기에도 몸집을 불리고 있다. 위기 속에서 세비까지 오른 의원들이야말로 진정한 승자다. 세비 반환 등으로 먼저 이익을 나눈다면 국민들이 모처럼 박수를 칠 것이다.


박용 경제부장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