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재원 방안은 없이… “손실보상, 이익공유, 보편지급, 선별지급”

입력 | 2021-01-23 03:00:00

[與주자들 ‘코로나 돈풀기’ 경쟁]
코로나 위기 극복 정책 두고, 與 대선 후보급 4명 존재감 높이기
돈 마련 구체안 없이 돈풀기 목청
“나랏빚 늘면 다음 정권에 큰 부담, 이기고 보자식 주장은 곤란” 지적



여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피해 지원 대책들이 여러 건 제시되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 여파로 손님들의 발길이 끊겨 한산한 22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의 전경.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여권의 주요 대선 주자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돈을 더 풀자”고 나서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를 수습하고 양극화를 보완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국가적 재난 속에서 정세균 국무총리는 손실보상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익공유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재난기본소득을 자신들의 ‘브랜드’로 내세워 대선주자 이미지 쌓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 벌써부터 시작된 4人 4色 경쟁
코로나19 피해 지원 방식을 둘러싼 여권 내 백가쟁명의 포문은 이 대표가 열었다. 이 대표는 11일 “코로나19로 많은 이득을 본 계층이나 업종이 이익을 기여해 한쪽을 돕는 다양한 방식을 우리 사회도 논의해야 한다”며 이익공유제를 제안했다. 경제계에서는 ‘기업 팔 비틀기’라는 비판이 나오지만 민주당은 2월 이익공유제 관련 입법을 마치고 기업들의 참여를 독려한다는 구상이다.

이에 맞서 이 지사는 20일 경기도민 모두에게 1인당 10만 원씩의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민주당조차 “일단 방역에 집중해야 할 때”라며 만류했지만 이 지사는 “모든 경기도민에게 10만 원씩 지급한다고 해서 방역에 장애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정 총리는 21일 손실보상제를 꺼내들었다. 정 총리는 “정부의 방역 기준을 따르느라 영업을 제대로 못한 분들에게 적절한 지원이 필요하며 이를 제도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때”라고 밝혔다.

여기에 이날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까지 재난지원금 논쟁에 참전하면서 여권의 주요 대선 주자 4명이 벌이는 경제 정책 경쟁이 더 격화되는 형국이다. 임 전 실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선별이냐 보편이냐’ 논란을 낳고 있는 재난지원금에 대해 “피해가 더 큰 곳에 더 두텁게 지원하자”며 선별지급을 주장했다. 또 “‘사회적 지급’은 어떨까요”라며 계층을 나누는 듯한 선별, 차등보다는 ‘사회적 지급’으로 용어를 바꿔 쓰자고 제안했다. 임 전 실장이 2019년 1월 청와대를 떠난 이후 경제 정책에 대해 공개 제안을 한 건 처음이다.

○ 대선 앞두고 ‘경제 정책의 정치화’ 우려
경쟁은 난타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 총리는 “3차 유행이 진행되는 상황이면 방역이 우선이고, 지금 상황에선 차등 지원이 옳고 피해를 많이 본 쪽부터 지원하는 게 좋다”고 했고 이 대표는 “지금 거리 두기 중인데 소비하라고 말하는 것이 마치 왼쪽 깜빡이를 켜고 오른쪽으로 가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모두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주장하는 이 지사를 겨냥한 발언이다.

이 지사 역시 “보편지원을 하면 그 돈을 쓰러 철부지처럼 몰려다니리라고 생각하는 자체가 국민의식 수준을 너무 무시하는 것”이라고 응수했다. 이를 두고 정 총리와 가까운 이원욱 의원이 이날 “(경기도에서) 추진되는 ‘재난기본소득’ 용어가 빚은 불필요한 논의는 사회적 갈등을 낳을 우려가 있다”고 다시 비판하면서 당내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지고 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재난지원금은 보편이냐 선별이냐, 그렇게 나눌 수 없다”며 “4차 재난지원금은 지금은 논의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못 박았다. 피해 지원 정책을 놓고 싸울 일이 아니라는 뜻이지만 주자들은 개의치 않고 차별화 경쟁에 더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재원 조달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이 없다는 점도 ‘돈 풀기 경쟁’의 문제점으로 꼽힌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관계자는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거나 손실보상제를 실시하려면 나랏빚을 더 늘리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말했다. 한 여당 의원은 “추가 국채 발행은 미래 세대뿐 아니라 차기 대통령에게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 뻔한데도 ‘일단 이기고 보자’는 식”이라며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되기 전부터 경제 정책이 정치 대결의 수단으로 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