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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질타하고 안철수 저격…존재감 키우는 정세균

입력 | 2021-01-23 07:38:00

기재부 차관에 "여기가 기재부 나라냐" 크게 질책
野 서울시장 선거 주자에는 "방역 선거 이용 개탄"
이낙연-이재명 견제구…친문-호남 표심 잡기 본격




정세균 국무총리가 점점 달라지고 있다. ‘미스터 스마일’로 불리며 온화함의 표상이었던 그가, 각종 현안에 대해 단호한 목소리를 내면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는평가다.

당내 대권 경쟁 주자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와의 차별화를 모색하는 한편, 새 리더십을 선보이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대권을 앞두고 ‘정치인’ 정세균으로 돌아가려는 본격적인 몸풀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초부터 부각되기 시작한 정 총리의 존재감은 최근 들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코로나19 영업 제한 조치로 매출에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피해 보상을 위한 손실보상법를 두고 당정 간 이견이 표출되자 직접 교통정리에 나섰던 것이 대표적인 일례다.

정 총리는 지난 21일 “정부가 방역을 위해 언제까지나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희생만을 강요할 수는 없다”며 코로나19에 따른 집합금지·제한 조치로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영업손실을 법으로 보상하자는 정치권의 움직임에 힘을 실었다.

재정의 이유로 법 제도화에 제동을 걸었던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을 겨냥해 “여기가 기재부 나라냐”며 크게 질책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평소 인품과 상당히 괴리감이 느껴졌다는 말이 공공연했다.

22일엔 야권 서울시장 보궐선거 주자들에게 ‘행태’, ‘개탄’이라는 강한 단어를 사용하며 비판 목소리를 낸 것도 눈에 띈다. 정 총리는 정부의 ‘9시 이후 영업제한’ 방역 조치와 관련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으로부터 철폐 요구 목소리가 나온 데 대해 “그렇지 않아도 힘들어하시는 자영업자의 불안감을 파고들어 선거에 이용하려는 일부 정치인들의 행태가 참으로 개탄스럽다”고 비판했다.

연이어지는 정 총리의 강한 수위 발언에 야권에서는 일제히 반발했다. 정 총리가 ‘자영업 손실보상제’ 법제화에 난색을 표한 기획재정부에 격노한 사실에 대해서도 야권에서 비판이 제기됐다. 또 ‘방역 선거용’ 발언을 두고도 야권에서는 “지나친 정치적 발언”이라는 말이 쏟아져 나왔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정부 긴급현안질의에서 정 총리는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목소리를 높이는 한편, 자영업자 고충을 답하는 대목에서는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정 총리는 “충분히 이해되고 역지사지를 해보면 얼마나 힘들까 눈물이 난다”며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아냈다.

경쟁주자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대해서도 연일 견제구를 날리고 있다. 코로나19 전국민 보편 지급을 주장하는 이 지사를 향해선 “단세포적 논쟁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고 직격하며 정리에 나섰다. 또 이 대표의 ‘이익공유제’ 발언에 대해선 “또 다른 갈등의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평소의 점잖은 이미지와 달리 이처럼 자신만의 존재감을 부각하고 나선 것은 코로나19 방역 성과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대선 주자로서의 입지를 더 키울 필요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범친문과 호남 표심을 본격적으로 사로잡기 위한 ‘강한 리더십’의 면모를 내세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 총리는 20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대권 출마 여부와 관련해 “저는 정치인이다. 당연히 정치로 돌아갈 것”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정 총리 측 관계자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온화함 뿐 아니라 강한 리더십은 정 총리가 갖고 있는 장점”이라며 “미스터 스마일에 가려져 그동안 그 특색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는 상당히 강골”이라고 전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