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이후 ‘트럼프 지우기’에 나섰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번엔 트럼프 정책을 이어 받는다. 바이든 대통령은 25일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미국 제품 우선구매) 행정명령에 서명할 예정이다. 연방정부가 납세자의 세금으로 공공재를 조달할 때 미국 기업의 제품 구매를 원칙으로 한다는 내용으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와 일맥상통하는 개념이다.
정치전문매체 더힐 등 미 언론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바이 아메리칸’을 시작으로 이번 주에 인종 간 평등, 기후변화, 보건, 이민 등에 대한 행정명령에 잇달아 서명할 예정이라고 24일 보도했다. 행정명령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이 중 처음 다뤄질 ‘바이 아메리칸’은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러스트벨트(미국 중북부 낙후지대) 노동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대선 후보 시절부터 강하게 내세웠던 공약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캠프 홈페이지를 통해 “‘바이 아메리칸’은 우리가 국민의 세금을 쓸 때는 미국산 제품을 사고 미국의 일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기본적인 생각에서 출발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그는 이어 “트럼프도 ‘바이 아메리칸’을 주장했지만, 정작 그의 재임 시절에 해외 기업들이 따낸 연방 정부 계약이 30% 급증하는 등 문제가 더 악화됐다”면서 “현행 법령의 허점을 보완함으로써 이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가령 지금은 부품의 51%만 미국에서 생산하면 나머지는 해외에서 조달해도 ‘미국산’으로 인정해주는데 이런 점을 보완해 실제 미국산 제품의 구매량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주의 노선을 버리고 동맹을 복원하겠다고 천명해 온 만큼, ‘바이 아메리칸’ 정책은 이런 동맹 중시 기조에 반하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도 있다. 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개리 허프바우어 연구원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동맹국과 협력하고 마찰을 줄여나가겠다고 한 바이든 대통령에게 이번 행정명령은 진정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