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 2명-회계법인 3명 기소 공소장에 “풋옵션 평가 잘해달라며 FI, 문제 발생땐 법률비용 약속” 회계법인측 “객관적 산정” 반박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재무적투자자(FI) 어피니티컨소시엄의 분쟁이 2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회계법인이 어피니티 측에 유리하도록 허위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검찰 수사 결과가 나왔다.
검찰은 어피니티 측이 회계법인에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법률 비용 지급을 약속하고 교보생명 주가를 자신들이 결정한 가격에 따라 평가하기로 공모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25일 검찰 공소장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딜로이트안진 임직원 3명은 교보생명 관련 풋옵션(지분을 일정 가격에 되팔 권리) 가격에 대해 어피니티컨소시엄에 유리하도록 허위 보고서를 작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IMM프라이빗에쿼티(PE) 소속 임원 2명도 함께 기소했다.
교보생명은 지금까지 딜로이트안진이 풋옵션 가격을 의도적으로 어피니티컨소시엄에 유리하게 산출했다고 주장해왔다. 검찰이 딜로이트안진 임직원 3명과 어피니티컨소시엄 관계자 2명을 기소하면서 교보생명 측의 주장에 힘이 실리게 됐다. 이에 대해 딜로이트안진 관계자는 “갖고 있는 자료를 활용해 객관적으로 주식 가치를 산정했다”며 “이번 기소는 부당하다고 생각해 앞으로 열릴 재판에서 적극적으로 소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검찰은 딜로이트안진이 제시한 풋옵션 가격도 사실상 어피니티컨소시엄이 결정했다고 판단했다. 수차례에 걸쳐 가치평가 보고서 초안을 주고받았다는 것이다. 어피니티 측은 이에 대해 “통상적인 업무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시했고, 법률 비용 지급도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조항”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교보생명은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이 교보생명 지분(24%)을 매각하겠다고 나서자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등에게 해당 지분을 사 달라고 했다. 그 대신 2015년 말까지 기업공개(IPO)를 하되 불발되면 지분을 되사기로 풋옵션을 달았다. 하지만 상장이 불발되자, FI들은 2018년 10월 신 회장을 상대로 풋옵션을 행사하겠다고 통보했다. 양측은 풋옵션 행사 가격인 주당 40만9000원이 적정한지를 놓고 분쟁을 벌여왔다.
이 다툼은 2019년 3월 국제상사중재위원회(ICC)의 국제중재로 이어졌고, 올 3월 2차 중재 청문회를 앞두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국제중재 전문 변호사는 “검찰의 기소와 공소장은 중재 판정부에서도 고려 대상으로 삼게 된다”며 “신 회장 측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