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김종철 대표가 같은 당의 장혜영 국회의원을 성추행한 사실을 인정하고 어제 당 대표직에서 사퇴했다. 이달 15일 김 대표가 장 의원과 저녁 식사를 하고 나와 신체 접촉을 했다는 것이다. 정의당은 김 대표를 직위 해제하고 당 징계위에 제소하기로 했다.
당 대표의 여성 의원 성추행은 유례가 없을 뿐만 아니라 가해자가 성폭력 근절을 강조해 온 제도권 정당의 대표였다는 점에서 놀라운 일이다. 특히 김 대표는 지난해 당 대표로 선출되며 진보정치의 세대교체를 상징하는 인물로 주목받아 온 만큼 충격이 더하다.
진보진영의 거물 정치인들이 권력형 성범죄로 낙마하면서 위선의 바닥을 드러내는 일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는 2018년 수행 비서를 성폭행한 죄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지난해 4월엔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직원 성추행으로 사퇴한 데 이어 7월에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비서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하자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번 사건의 피해자인 장 의원은 “그럴듯한 삶을 살아가는 남성들조차 왜 번번이 여성을 존엄한 존재로 대하는 것에 실패하는지 답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김 대표의 성추행 사퇴는 성폭력이 진영 논리로 면죄부를 줄 수 없는 보편적 인권 문제라는 인식이 정치권 전반에 뿌리내리는 계기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