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인가 선교학교 누적 확진 213명 홍천 시설로 수련 온 39명 양성… 광주 27명, 용인서도 15명 감염 당국 “전국 23개 시설 전수검사” 대전, 한 방에 최대 20명 합숙… 공동 화장실-칸막이 없는 식탁 증상 있는데 열흘 넘게 조치 안해
선교학교 학생들 격리시설로 이동 대전 IEM국제학교 학생들이 25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 마련된 격리 시설로 이동하기 위해 버스에 오르고 있다(위 사진). 대전시가 제공한 기숙사 내부 사진을 보면 20㎡ 남짓한 방에 2층 철제 침대 2개가 놓여 있다. 대전=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대전시 제공
IM선교회가 운영하는 대전, 광주, 경기 용인, 강원 홍천 등 비인가 교육시설 관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213명으로 늘었다. 이 교육시설은 학원도 학교도 아닌 비인가 시설이다. 사실상 방역망에서 벗어나 있어 추가 감염자 발생 가능성도 높다. 방역당국은 ‘밀폐’된 기숙 시설에서 학생들이 ‘밀집’된 채 ‘밀접’ 접촉하는 ‘3밀 구조’가 확산을 키웠다고 보고 있다.
○ 방역 수칙 어기고 한 방에 20명 합숙
IM선교회의 대전 IEM국제학교 학생·교직원 158명 중 132명이 감염됐다. 기숙생활을 하는 학생 120명 중 112명이 확진됐다. 이들은 건물 3∼5층에 있는 기숙사에서 방 크기에 따라 적게는 7명, 많게는 20명이 함께 생활을 했다. 일부 학생은 마스크도 쓰지 않고 수업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좁은 공간에서 공동생활을 하다 보니 방과 복도에는 개인 사물함과 이불, 빨래 건조대, 여행용 가방 등이 가득했다. 샤워시설과 화장실도 공동으로 사용했다. 더 많은 인원을 수용하기 위해 일부 방에는 2층 침대까지 두고 생활했다. 지하 1층 구내식당에는 식탁 칸막이가 없어 학생들은 마주 보거나 다닥다닥 붙어 앉아 식사를 해야 했다.
12일 학생 1명이 두통과 기침 등의 증세가 있었고, 이어 6명이 고열 등의 의심 증상을 보였다. 학부모가 병원에 데려가 달라고 요청했지만 학교 측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병원 치료 대신 기숙사 격리만 했다는 게 대전시의 설명이다. 주말인 23일에야 학부모에게 집으로 데려가 검사를 받게 한 것이 전부였다.
대전시와 방역당국은 IEM국제학교를 3주 동안 강제 폐쇄했다. 확진자는 충남 아산 생활치료센터 등 5곳으로 분산 이송했고 음성 판정자는 자가 격리했다.
○ “학생들, 외부인과 수시로 접촉”
학교 측은 학생들이 외부 접촉 없이 격리 생활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방역당국은 무증상 감염자를 통해 바이러스가 확산됐거나 출퇴근하는 교직원이 바이러스를 옮겼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하지만 학생들의 외부인 접촉 사례는 곳곳에서 확인됐다. 학교 건물과 불과 30여 m 떨어진 편의점 종업원은 “최근까지도 학생들이 삼삼오오 찾아와 컵라면을 먹고 가거나, 간식을 사갔다”며 “하루 15∼20명 정도 찾아온 것 같다”고 했다. 인근에서 식당을 하는 60대 여성도 “학생들이 자주 오가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건물 뒤편 주차장에 있는 쓰레기 분리수거장에는 학생들이 배달음식 등을 주문해 먹은 포장용기가 눈에 띄었다. 학교 측의 설명과는 달리 학생들이 수시로 외부인과 접촉했을 것으로 보인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해당 지자체는 시설에서 집단 감염이 확산되기까지 방역수칙 위반 사례가 있었는지 철저히 조사해 법령에 따라 조치해줄 것”을 당부했다.
○ 전국 23개 시설 운영
대전에 본부를 둔 IM선교회는 IEM국제학교 외에 전국에 23개 교육시설을 운영 중이다. 해마다 청소년을 선발해 기독교 신앙과 중고교 교육 과정을 가르치고 학생들은 24시간 집단 기숙생활을 한다. 이런 교육 시스템 때문에 IEM국제학교 외 △광주 TCS에이스국제학교 △경기 용인 요셉TCS국제학교 △홍천 등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했다.
요셉TCS국제학교에서는 1일 학생 2명이 처음 감염됐고 8일까지 학생·교사 15명이 확진됐다. 대전 IEM국제학교 학생 39명이 강원 홍천에서 수련을 하다 추가로 감염됐다. 방역당국은 IM선교회가 운영하는 시설에 대해 전수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대전=이기진 doyoce@donga.com / 광주=이형주 / 유근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