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추정 할머니 대구시청 찾아 “심부름 온 것” 끝내 신분 안밝혀
23일 오전 10시 반경 대구시청 본관 입구. 검은색 패딩 차림의 70대로 보이는 한 할머니가 주말이라 닫혀 있는 정문 앞을 서성거렸다. 당시 근무 중이던 청원경찰이 마중하며 “어떻게 오셨느냐”고 물었다. 할머니는 “불우이웃을 돕는 데 사용했으면 좋겠다”며 흰색 편지 봉투를 불쑥 내밀었다.
청원경찰은 “담당부서로 안내하겠다. 직접 전달하시는 게 좋겠다”고 했지만 할머니는 동행을 정중하게 거절했다. “난 그냥 심부름을 대신 온 것뿐이다. 그냥 전달만 해달라”고 당부하며 빠른 걸음으로 자리를 떠났다. 불과 2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은 상황이었다.
할머니가 건넨 봉투에는 보낸 사람의 이름은 적혀 있지 않았다. 단지 ‘사회복지과 귀중’이라는 글씨만 있었다. 봉투 안에는 노란 고무줄 2개 묶음으로 5만 원권 지폐 74장이 들어 있었다.
대구시는 할머니가 기부한 성금 370만 원을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하기로 했다. 박재홍 대구시 복지국장은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에 따뜻한 나눔을 실천해준 할머니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어려운 이웃에게 따뜻한 마음을 잘 전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구=장영훈 기자 j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