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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코로나 전담병원 전환했는데… 정부가 지원 약속 잘 지킬지”[이진구 기자의 對話]

입력 | 2021-01-26 03:00:00

코로나 치료 위해 병원 내놓은 김병근 박애병원장




박애병원 2층에 설치된 종합상황실에서 김병근 원장이 코로나 치료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박애병원은 지난해 12월 24일부터 코로나 전담 치료를 시작했는데 당시 전국에서 추가 확보된 병상 176개 중 140개가 박애병원 병상이다. 박애병원 제공

이진구 기자

《지난해 12월 중순,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1000명이 넘게 쏟아지면서 전국이 극심한 병상 부족에 빠졌다. 대기 중 사망자가 속출했지만 전체 병상의 90%를 차지하는 민간병원들의 참여는 없었던 상황. 속수무책이던 상황은 민간병원으로는 처음으로 경기 평택 박애병원이 코로나 전담거점병원으로 전환을 결정하면서 숨통이 트였다. 김병근 박애병원장(55)은 “삼성서울병원이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로 인한 손실을 보상받는 데 5년이나 걸렸다”며 “민간병원들이 흔쾌히 나설 수 있도록 정부가 제반 우려를 불식시켜 줘야 한다”고 말했다.》


―제2의 삼성서울병원이 될 수 있다는 걱정은 안 했습니까.

“제가 결정하기 직전에 정부가 도와주겠다고 약속은 했어요. 그런데 그때만 해도 삼성서울병원의 손실보상 문제가 해결이 안 됐을 때였지요. 삼성이 법원에서 승소했는데도 정부에서 손실보상금을 안 주고 다시 정산하자고 옥신각신하고 있었으니까요. 지난해 초 코로나 치료에 헌신한 대구동산병원도 어려움을 겪었고요. 의료인들은 이 두 사건을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 정부가 아쉬울 때 약속은 잘하는데 끝난 뒤에도 잘 지킬지 두려움이 당연히 있지요. 걱정은 됐지만 제가 크리스천이라 사회적인 문제가 있을 때 신앙과 양심상 가만히 있는 걸 견디기 힘들어하는 면도 있고, 손해를 보더라도 정부를 믿어보자고 생각해서 결정했습니다. 제가 사기를 좀 당해 봐서 이상한 말이지만 잘 견디기도 하고….” (좀 당해봤다는 게….) “20억 원, 90억 원, 200억 원… 뭐 병원 운영 과정에서 당한 거죠.” (어떻게 견디셨습니까. 전 100만 원 떼인 것도 죽겠던데.) “하하하, 마음을 비워야죠. 잠 못 자고 괴로워해봐야 저만 손해지 사기 친 사람이 괴로워하겠습니까.”

※2017년 보건복지부는 메르스로 병동폐쇄 등을 한 삼성서울병원에 손실보상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병원 측은 소송에 나섰고 지난해 12월 29일에야 607억 원의 손실보상금을 받을 수 있었다.

―손실보상에 불합리한 점이 있습니까.

“가장 걱정되는 게 회복기 손실보상이에요.” (회복기란 게….) “코로나 전담병원이 끝나고 일반병원으로 돌아간 뒤 경영이 예전 상태로 돌아오기까지 걸리는 기간이지요. 해제됐다고 바로 다음 날부터 환자들이 전처럼 오기는 힘드니까요. 코로나 치료병원이었다는 인식도 일정 기간 꺼리게 할 수 있고요.” (경영 회복 기간을 예측하기는 힘들 것 같은데요.) “원래 두 달 해주던 걸 지금은 6개월로 늘렸는데 문제는 6개월 안에도 회복이 안 될 수 있어요. 그래서 정세균 국무총리가 방문했을 때 6개월 안에 회복이 안 되면 석 달씩 끊어서 최대 1년까지 해달라고 요청했는데… 검토 중이라는데 어려울 것 같다고 합니다.”

―기간은 그렇다 쳐도 보상액은 충분합니까.

“정부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을 통해 파악할 수 있는 것만 보상해주는 게 문제지요. 병원 수입은 여러 종류가 있는데 건강보험, 의료급여처럼 심평원을 통해 확인되는 것도 있지만 자동차보험, 산업재해보험, 공상, 비급여 등 그렇지 않은 것도 많아요. 이 부분은 뺀 것 같습니다. 코로나 발생 전인 2019년 수입을 기준으로 보상해주는데 우리 병원은 그때랑 비교해서 회복기 6개월간 3분의 2 정도만 보상받더라고요. 저야 최악의 경우도 받아들일 생각이지만 다른 병원도 그러라고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나마 저는 대놓고 물어봐서 이 정도나 알고 있지 같은 처지의 다른 병원들은 물어보지도 못하고 있을 겁니다. 그리고 정부 쪽 사람이 너무 자주 바뀌는 것도 문제예요.”

―얼마나 많이 바뀌었습니까.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 우리 병원 담당 주무관이 한 달 새 세 번째입니다. 열심히 협의해 담당자가 ‘그러면 이렇게 하겠습니다’고 했는데 며칠 후 ‘후임자에게 인수인계하겠습니다’고 하더군요. 후임자는 듣고 나서 ‘그게 무슨 말이냐, 규정이 이런데’라고 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거죠. 사무관도 계속 바뀌고…. 2주 정도마다 바뀌는 것 같더라고요. 작년에 대구생활치료센터에 있었는데 그곳도 사무관과 주무관이 2주 단위로 바뀌었습니다. 근무 규정이 그런 것 같더군요.” (이런 얘기 다 해주셔도 됩니까? 저는 너무너무 좋습니다만….) “민감한 부분이고, 누군가에게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지만 또 시원하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고… 꼭 알아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 말하는 거죠.”


―지금은 어떻습니까. 정부 지원 외에 다른 수입은 없는데요.


“적자는 안 날 거라 생각하지만 확실하지는 않아요. 코로나 환자를 치료하고 비용을 청구해 받으려면 짧으면 두세 달, 길면 서너 달 이상 걸립니다. 아직 비용 청구 관련 시스템도 다 정비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작년 12월에 선지급금으로 10억 원 정도를 받아서 직원 급여에 썼는데 1월분은 29일에 준대요. 그런데 얼마가 나오는지는 아무도 정확히 몰라요.” (매달 29일에 주는 방식이 아닙니까?) “정해지지 않았어요. 이번 달 29일도 직원들 월급 줘야 한다, 언제 나오느냐, 급하다고 수시로 묻고 보채니까 알려 준 거죠. 처음에는 1월분 손실보상금이 2월 말이나 3월에 나온다고 했어요. 2월은 언제 얼마가 나올지 몰라요.”

―다른 어려움은 없습니까.


“어쩔 수 없이 그만둔 직원이 있는데…. 어린이집에서 부모가 코로나 치료병원에 다녀 감염 우려가 있으니 아이를 보내지 말라고 했답니다. 일반적인 자발적 사직과는 다른 경우인데 형식은 스스로 그만둔 거라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다고 하네요. 고용노동부에서 논의는 해보겠다고 했는데 아직 답이 없어요.”

―의료진 외의 인력도 많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만….

“요양병원에서 발생한 집단감염 때문에 오신 분들이 있는데 이분들은 연세도 아주 높고 와상 상태에 기저질환도 많은 고위험군 중환자들이에요. 그래서 치료 외에도 식사, 대소변 받아내기 등 간병 인력이 많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일이 워낙 힘들고, 감염 우려도 있다 보니 간병 인력 구하기가 힘듭니다. 다행히 다니는 지구촌 교회에서 30여 분이 도와주고 계셔서 큰 도움이 됐지요.”

―아내가 암 수술을 받았다는데 남들 코로나 치료가 문제가 아니라 옆에서 간병해야 할 때 아닙니까.


“작년 10월 중순인가? 중수본에서 11월 1일부터 생활치료센터를 맡아달라고 하더군요. 아내 수술이 10월 말인데….” (들어가면 일정 기간 못 나오는데 거절하셨습니까?) “수술 끝나고 4일 더 간병하고 아들에게 맡기고 들어갔지요. 아내가 당신이 가지 않으면 누가 가느냐고 하더군요. 저보다 더 대범한 여인이라…. 하하하. 코로나 전담거점병원은 생활치료센터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중증환자들이 있기 때문에 집에는 오지 말라든지, 아니면 자신이 딴 데 가 있겠다고 할 만도 한데 그러지 않더라고요.”

―2015년 정부가 메르스 종식 후 근본적인 대비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방역대책은 부실한 것 같습니다.

“논어에 ‘곤경을 겪고도 배우지 않는 사람이 가장 아래’라는 말이 있지요.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 백신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에게 권한을 일임하겠다고 했지만 솔직히 일선 현장에서 얼마나 독자적으로 할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정 청장 정도면 전문 지식도 있고, 관료 경험도 풍부하니 이런 상황에서는 현장을 진두지휘할 수 있는 실질적인 총책임자가 되게 해줘야 하는데…. 이런 말은 5년 전 메르스 때도 나왔어요. 정부가 또 닥칠 대규모 감염병에 대한 국가적인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코로나 상황만 넘기면 또 잊어버리지 않을지….”

―구체적으로 어떤 준비가 필요합니까.

“질병청에 대규모 감염병을 어떻게 대비하고 방역대책을 세울지 국가적인 대계를 만들게 해야지요. 기초부터 최고 수준까지 대응 단계와 감염병 전담병원의 지정과 해제 절차, 인력과 장비의 운용, 컨트롤타워의 지휘권은 물론이고 지역과 공항 항만의 봉쇄 여부, 행정과 예산 인사까지 모든 것을 망라한…. 코로나 때 사용한 엄청난 장비와 시설을 어떻게 처리할지도 포함해야 하고요. 그런데 제대로 만들 수 있을지, 만들어도 운용이 제대로 될지 걱정입니다.” (이유가….) “한 달 전만 해도 전담거점병원 전환 과정에서 제가 통화하는 사람이 담당 사무관, 과장, 국장 등 병상확충반 내에 몇 명 안 됐어요. 그 안에서 대부분 잘 해결할 수 있었죠. 그런데 지금은… 손실보상팀, 건강보험수가팀, 심평원 실무자, 검증위원회, 보건소 등 굉장히 복잡해졌습니다. 그런데 정작 돈은 건강보험 재정에서 나오니까 심평원이 자체 심사 기준을 또 적용하고, 실사 나오고, 관련 서식도 만들고… 그런 절차를 밟느라 시간이 또 지연돼요. 우리 같은 병원 하나도 이렇게 복잡해졌는데 국가 전체의 방역 대계를 세운다? 과연 일사불란하게 운용할 수 있을지…. 정권과 무관하게 바뀌지 않고 대비할 수 있는 전문가를 키우고, 시스템을 만드는 게 정말 필요합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