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그동안 중국은 WHO 조사팀의 우한 방문을 계속 막아왔다. 조사팀이 지난해 2월과 8월 두 차례 중국을 방문했지만 모두 우한에는 입성하지 못했다. 비행기로 2시간 이상 떨어진 베이징에서 관계자 인터뷰와 서류 검토만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함께 살아가는 글로벌 공동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중국의 태도는 납득하기 어렵다. 코로나19의 기원 파악은 예방책과 치료제를 만드는 데 필수적이다. 중국은 세계인의 고통은 아랑곳없이 ‘우한은 코로나19의 기원이 아니어야만 한다’는 결론을 각인시키려고 시간 끌기에 바빴다. 중국이 더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코로나19 기원이 우한’이라는 결론보다 ‘기원 조사를 막아 세계를 더 깊은 나락으로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중국은 이미 결론을 내놓고 있는 듯하다. 우한에서 코로나19 확산이 대규모로 일어난 것은 맞지만 우한이 코로나19의 기원은 아니라는 것이다. 조사팀이 코로나19의 기원이 우한이라고 결론을 내도 중국은 다른 주장을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중국 국민들은 지난 1년간 자국 매체들의 보도로 우한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전에 이미 유럽에 코로나19가 출현해 있었고, 수입 냉동식품 등을 통해 중국으로 유입됐다는 주장을 정설로 믿고 있다.
코로나19 기원이 우한인지 아닌지는 WHO 조사팀의 조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중국은 조사팀의 활동을 막는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조사를 지원해야 한다. 결론이 어떻게 나든 중국이 조사를 1년이나 늦어지게 했다는 점은 훗날 코로나19 시대를 평가하는 세계 역사에서 중국의 오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