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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박원순 언동은 성희롱에 해당”

입력 | 2021-01-26 03:00:00

성추행 의혹 직권조사 결과 인용
“피해자에게 보낸 메시지-사진 성적 굴욕감-혐오감 느끼게 해
市등에 피해자 보호-재발방지 권고”
비서실 직원들 묵인-방조 의혹엔 “인지했다는 정황 파악안돼” 유보적



25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이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한 인권위의 올바른 결정을 촉구하고 있다. 이날 오후 인권위는 지난해 8월부터 시작된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한 직권조사 결과를 인용하고 “박 전 시장의 언동은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뉴시스


국가인권위원회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 “피해자에게 보낸 부적절한 메시지와 사진 등은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성적 언동으로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른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25일 밝혔다.

인권위는 이날 오후 전원위원회를 열어 “박 전 시장이 피해자에게 행한 성적 언동은 성희롱에 해당한다”면서 서울시 등 관계기관에 피해자 보호 및 재발 방지를 위한 개선 권고 등을 결정했다.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이 늦은 밤 피해자에게 부적절한 메시지와 사진, 이모티콘을 보내고 집무실에서 네일아트한 손톱과 손을 만졌다는 피해자의 주장은 사실로 인정 가능하다”며 “이와 같은 박 전 시장의 행위는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성적 언동”이라고 의결했다. 전원위는 이러한 결론을 내며 피해자의 휴대전화 디지털포렌식 등 증거 자료와 서울시 전·현직 직원 및 지인 조사(51명), 피해자 면담조사(2회) 시 진술의 구체성과 일관성 등을 근거로 들었다.

다만 피해자가 박 전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사실이 유출된 경위에 대해서는 “경찰, 검찰, 청와대 등 관계기관이 수사 중이거나 보안 등을 이유로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며 “피소 사실이 박 전 시장에게 전달된 경위를 확인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서울시 비서실의 운용 관행에 대해서는 “샤워 전후 속옷 관리 업무 등 사적 영역에 대한 노무까지 수행하는 등 잘못된 성인식이 반영된 결과”라고 봤다.

박 전 시장의 언동을 성희롱으로 판단한 것과 달리, 비서실 직원들이 피해자에 대한 성희롱을 묵인 방조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내놨다. 인권위는 “전 비서실 직원들이 박 전 시장의 성희롱 행위를 알고도 침묵하는 등 박 전 시장의 성희롱을 인지했다는 정황은 파악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만 “지자체장을 보좌하는 비서실이 성희롱의 속성 및 위계 구조 등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고 박 전 시장과 피해자의 관계를 친밀하다고만 바라본 낮은 성인지 감수성이 문제”라고 적시했다.

인권위는 지난해 4월 피해자가 또 다른 서울시 직원에게 성폭행을 당한 사건도 언급하며 “해당 사건을 최초로 인지한 부서장이 사건 담당부서에 관련 내용을 통보하고 서울시 파견경찰은 피고소인의 요청으로 지인에게 피해자와의 합의 및 중재를 요청하는 등 2차 피해가 있었다”고 봤다. 이 사건을 맡은 재판부는 최근 법정에서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간접적으로 인정했다.

피해자의 법률대리인 김재련 변호사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인권위 결정을 통해 일각에서 부정하던 피해자의 피해 사실이 인정받은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피해자 A 씨는 김 변호사를 통해 “단순히 피해 사실을 인정받은 것을 넘어 앞으로의 개선 방향까지 담은 결정에 감사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박종민 blick@donga.com·지민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