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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대표마저… 성추행 사퇴

입력 | 2021-01-26 03:00:00

김종철 “같은 당 장혜영 의원에 부적절한 신체 접촉”
성추문 잇따른 與 “경악”… 野 “진보의 이중성” 맹공



정의당 김종철 대표가 25일 같은 당 장혜영 의원을 성추행해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정의당은 이날 자체 조사를 통해 김 대표가 1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장 의원과 저녁 식사 뒤 성추행했다고 발표했고, 김 대표도 이를 인정했다. 사진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표단 회의에 참석한 김 대표. 사진공동취재단


정의당 김종철 대표(51)가 같은 당 장혜영 의원을 성추행해 25일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당 대표 취임 109일 만이다. 원내(院內) 정당 대표가 성추행으로 사퇴한 건 처음이다. 진보 진영 인사들의 성추문이 끊이지 않으면서 진보 정치 전체에 위기가 닥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의당 배복주 부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김종철 전 대표가 15일 저녁 장 의원과 당무상 면담을 위해 식사 자리를 가졌다가 면담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성추행을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며 “이 사건은 다툼의 여지가 없는 명백한 성추행 사건으로 가해자인 김 전 대표 또한 모든 사실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정의당은 이날 당 대표단 회의를 열어 김 전 대표를 직위 해제하고 중앙당기위원회에 제소해 징계하기로 했다.

김 전 대표도 이날 ‘성추행 사건 입장문’을 통해 “피해자가 원치 않고 전혀 동의도 없는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행함으로써 명백한 성추행의 가해를 저질렀다”며 “정의당과 당원, 국민 여러분께 씻지 못할 충격을 드렸다”고 했다. 고 노회찬 전 원내대표의 마지막 비서실장 출신으로 정치권의 세대교체를 주도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던 김 전 대표는 이번 파문으로 정치 생명이 끝날 위기에 처했다.

정의당도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1970년생인 김 전 대표를 앞세워 세대교체를 통한 ‘정의당 시즌2’를 표방했지만, 4개월여 만에 당 대표가 성추문으로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했다. 충격에 빠진 정의당은 후속 대표 선출 일정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다. 심상정 전 대표는 이날 “당 대표가 가해자란 사실은 당의 모든 것을 바닥에서부터 재점검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위기감은 진보 진영 전체로 번지는 양상이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던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잇따른 성추문으로 시험대에 올랐던 진보 진영의 도덕성이 이번 사태로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이날 “충격을 넘어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라며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성 관련 비위로 인해 수백억 원의 혈세를 들여 (4월) 서울·부산 보궐선거를 치러야 하는 시점에서 가해자가 한 공당의 대표, 피해자가 소속 의원이라니 당혹스럽다”며 민주당과 정의당을 동시에 비판했다.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도 “인권과 진보를 외쳐온 이들의 이중성과 민낯을 더 이상 두고만 볼 수 없다”고 했다.

강성휘 yolo@donga.com·강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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