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부실대응 논란에 휩싸인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57)가 26일 전격 사임했다. 붕괴 위기에 놓인 현 연정을 살리기 위한 고육책이지만 고질적인 정치 혼란이 더 가속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법학교수 출신으로 무소속인 콘테 총리는 콘테 총리는 중도좌파 민주당, 좌파 대중영합주의 정당 오성운동, 마테오 렌치 전 총리가 이끄는 신생 정당 ‘비바 이탈리아’와 연정을 이끌어왔다. 렌치 전 총리는 유럽연합(EU)이 이탈리아에 할당한 2090억 유로(약 280조 원) 등의 사용처를 두고 이견을 보이며 13일 연정을 탈퇴했다. 렌치 전 총리는 “이 돈을 인프라 복원에 쓰자”고 주장하나 다른 정당은 “개개인에 대한 직접 지원이 우선”이라고 맞선다.
콘테 내각은 하원 629석 중 346석, 상원 315석 중 166석을 보유하고 있다. 각각 하원 30석, 상원 18석을 보유한 ‘비바 이탈리아’의 탈퇴로 상원에서 과반이 무너졌다. 이로 인해 극우 동맹당 등 우파정당이 연정을 구성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그가 사퇴 카드를 던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우파 정당은 정치권 경력이 부족한 콘테 총리를 ‘오성운동이 내세운 얼굴 마담’으로 폄훼해왔다.
이탈리아는 하원에서만 10개가 넘는 정당이 난립하고 있다. 2011년 사퇴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 이후 콘테 총리가 10번째 총리일 정도로 정권 교체도 잦다. 고질적 정치 불안으로 서유럽 선진국 중 국가부채, 실업률 등이 가장 높은 이탈리아의 경제 위기 또한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