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 시간) 조 바이든 제46대 미국 대통령(사진)이 취임하면서 결단의 책상은 새 주인을 맞았습니다. 미국 대통령 집무실은 백악관 웨스트윙에 있습니다. ‘타원형 집무실’이라는 뜻의 오벌 오피스라고도 부릅니다. 결단의 책상을 비롯해 책상 뒤 창가에 놓인 성조기와 대통령기, 천장의 대통령 문장, 대리석 벽난로 선반 등은 늘 그 자리에 있습니다. 그 밖의 장식은 대통령마다 자신의 취향을 반영해 꾸밉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벌 오피스를 완전히 새로 꾸몄습니다. 결단의 책상 정면 벽난로 위 중앙 벽에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의 초상화를 걸었습니다. 전임 트럼프 대통령이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 초상화를 걸었던 곳입니다. 루스벨트는 대공황과 제2차 세계대전 등 국가적 위기를 극복한 대통령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최대 위기를 겪고 있는 미국을 구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읽힙니다.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등장과 퇴장을 되풀이하는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두상(頭像)은 이번에 집무실에서 사라졌습니다. 2001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주미 영국대사로부터 받은 이 두상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철수됐다가 트럼프 전 대통령 때 다시 등장했습니다.
그 대신 바이든은 결단의 책상 좌우로 흑인해방운동가 마틴 루서 킹과 라틴계 노동운동가 세자르 차베스 흉상을 배치했습니다. 인권과 통합을 강조하는 철학이 묻어납니다. 그 밖에 오벌 오피스에는 로버트 F 케네디, 여성 인권운동 지도자 로사 파크스와 엘리너 루스벨트의 조각상도 놓였습니다. ‘하나 된 미국’을 실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는 듯합니다. 미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이자 흑인 부통령인 카멀라 해리스와 함께 출범한 바이든 정부의 성향과 일치합니다.
트럼프가 미국 우선주의와 국력을 과시하고자 창가에 세워뒀던 육·해군 등 각종 깃발도 사라졌습니다. 그 대신 말을 탄 아파치 원주민 조각상과 가족사진이 책상 뒤에 배치됐습니다. 트럼프가 콜라를 주문할 때 사용했던 책상 위의 ‘콜라 버튼’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각종 결재 서류와 만년필이 놓였습니다.
오벌 오피스를 통해 미국 대통령의 정치적 신념과 가치를 엿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첫걸음을 내디딘 바이든의 행보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