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업무와 관련해 피해자에게 행한 성적 언동을 성희롱으로 결론 내렸다. 경찰과 검찰이 박 전 시장 사망을 이유로 ‘공소권 없음’ 처리하면서 묻힐 뻔한 사건이 독립된 국가기관의 공식 판단을 통해 사실로 입증된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른 성희롱은 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에서 공공기관의 종사자,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그 직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해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과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고용상의 불이익을 주는 것을 말한다. 인권위는 늦은 밤 피해자에게 부적절한 메시지와 사진을 보내고 집무실에서 피해자의 네일아트한 손톱과 손을 만진 박 전 시장의 행위가 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인권위가 이 사건을 권력관계의 문제로 인식한 것은 올바른 판단이다. 유력 정치인과 하위직급 공무원 사이에 명확한 위계가 있었다는 것이다. 시장비서실에 20, 30대 신입 여성 직원을 배치해온 것도 비서 직무는 젊은 여성에게 적합하다는 고정관념, 돌봄과 감정노동은 여성에게 적합하다는 관행이 반영된 결과라고 봤다.
피해자 측은 “책임 있게 머리를 맞대고 논의한 시간들이 우리 사회를 개선할 것으로 본다”며 “이제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책임질 시간이 됐다”고 했다. 사건 당시 박 전 시장 측에 피소 사실을 전달한 의혹을 받는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인권위 발표 후 피해자에게 사과했지만 너무 늦은 사과였다. 성희롱이 인정된 만큼 사건 관련자들은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