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시가 감정의 격류를 몰고 올 때가 있다.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서 어맨다 고먼이라는 젊은 시인이 5분 남짓 낭독한 자작시 ‘우리가 오르는 언덕’이 그랬다.
“우리는 끝이 없는 그늘 속에서 빛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지 자문합니다.” 이렇게 시작되는 시에서 그늘은 미국 사회가 정치적, 사회적으로 거쳐야 했던 폭력과 불신, 냉소와 증오에 대한 은유적 표현이다. 치욕스러운 의사당 폭력만이 아니라 인종차별, 성차별, 코로나로 인한 죽음들이 다 그늘이다. 그래도 시인은 절망하지 않는다. “우리는 슬퍼할 때조차 성장했고, 상처를 입었을 때조차 희망을 품었습니다.”
역사를 돌아보면 그랬다. 인간은 늘 슬픔과 상처를 딛고 살아왔다. 역사와 현실을 바라보는 시인의 눈이 무척 낙천적이다. 시인이 흑인 노예의 후손이며 싱글맘 밑에서 성장했고 언어장애가 있었다는 스토리가 더해지면서 시는 엄청난 호소력을 발휘한다. 고먼이 시를 쓰게 된 것은 언어장애 때문이었다. 그녀는 외국인이 아니었음에도 발음이 서툴렀다. 특히 ‘R’ 발음에 애를 먹었다. 그래서 책에 매달렸고 2017년에는 최초의 전미 청년 계관시인이 되었고,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 시를 낭독했다. 장애를 극복하고 언덕을 오른 사람이라서 가능한 일이었다. 대통령 자신도 어렸을 때부터 언어장애가 있던 사람이었다.
왕은철 문학평론가·전북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