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의 ‘유통 월드’ 야구장도 품은 이유는?
○ 야구장-스타필드-이마트로 고객 잡아두기
이마트는 26일 SK 와이번스 지분과 야구연습장 등 부동산을 1353억 원에 인수하기로 하고 SK텔레콤과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기존에는 기업의 스포츠단 운영이 주로 마케팅이나 사회공헌 차원에서 이뤄졌다면 신세계의 야구단 인수는 철저히 고객 가치를 높이고 비즈니스를 확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경영 전문가들은 이번 인수를 정 부회장이 핵심 가치로 내세우는 ‘소비자 경험 점유’ 전략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기존 유통 네트워크에 야구장이라는 엔터테인먼트 공간을 연결해 ‘고객의 시간’을 선점하겠다는 것이다. 평일 근무 후 금요일 오후는 야구장, 토요일은 스타필드, 일요일은 이마트에서 고객이 시간을 보내도록 하는 식의 구상이다.
○ 시험대 오른 정 부회장의 또 다른 도전
반면 일본 ‘돈키호테’ 매장에서 착안한 잡화점 ‘삐에로쇼핑’을 포함한 전문점들은 가격과 상품 경쟁력이 부족해 연간 1000억 원에 이르는 적자를 내다 결국 사라졌다. 2017년 인수해 700억 원 넘게 투자한 주류업체 제주소주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SK 와이번스는 지난해 8억6000만 원의 순손실을 나타냈다. 하지만 신세계 측은 “유통과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 외에 야구단 운영만으로 흑자를 내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번 인수에 대해 기대뿐만 아니라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코로나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데다 비밀리에 협상을 진행하면서 사업성 분석과 시장 조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김유겸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한국스포츠산업경영학회 상임이사)는 “인수 규모가 제법 큰 이번 결정이 깜짝쇼처럼 일어난 상황은 결코 좋지 않다”며 “기업의 의사결정 구조가 특정인에 의해 즉흥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방증으로 보여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호텔 사업에 대한 증자와 테마파크, 스타필드 추가 건립에 이어 야구단까지 비용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위기를 공격적 투자 기회로 삼는 발상은 평가할 만하다”면서도 “지나친 다각화가 불확실성을 높이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황태호 taeho@donga.com·사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