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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엔 자기계발서? 재테크-예능 셀러 잘나가네

입력 | 2021-01-27 03:00:00

부동산-주식 투자 열풍에 재테크 책 판매량 115% 늘어
‘주린이도…’ 등 입문서 인기, ‘집콕’에 덩달아 TV시청 증가
방송 프로그램서 소개된 책… 베스트셀러 상위권 휩쓸어



지난해 12월 29일 KBS 예능 ‘비움과 채움―북유럽’에 김은희 드라마 작가와 장항준 영화감독 부부가 출연해 인생책을 소개했다. KBS 제공


#요즘읽는책 #나를부르는숲 #김은희

2008년 출간된 빌 브라이슨의 ‘나를 부르는 숲’ 리뷰가 블로그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다수 올라온 건 지난해 12월부터다. KBS 예능 ‘비움과 채움―북유럽’에 김은희 드라마 작가와 장항준 영화감독 부부가 출연한 직후였다. 김 작가는 자신의 힐링 도서라며 이 책을 추천했다. 10년 넘게 잠잠하던 이 책은 이후 4주째 여행 분야에서 많이 팔린 책 1위를 지키고 있다.

통상 새해에는 출판시장에서 자기계발서나 외국어학습서 등이 유행한다. 올해 1월엔 이런 흐름이 깨졌다. 예년과 달리 재테크 서적과 ‘예능 셀러’(TV 예능 프로그램에 소개돼 베스트셀러가 된 책들)가 서점가를 휩쓸고 있다. 코로나19 확산과 자산시장 급등의 여파로 주식, 부동산, 예능 관련 책들이 집중적으로 팔려나가는 것.

26일 교보문고에 따르면 최근 1년간(지난해 1월 26일∼올해 1월 25일) 주식과 부동산 등 재테크 분야 책은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115.9% 늘었다. 특히 이달 1∼25일에만 재테크 분야 책 판매량은 전년 대비 186.3% 증가했다. 온라인 서점 알라딘이 선정한 ‘이달 국내도서 종합 베스트 도서 20권’ 중 4분의 1 이상이 재테크 도서였다.

거센 주식투자 열풍은 출판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실물경기가 가라앉은 반면 주가는 단기간에 폭등하자 주식 시장에 입문하려는 이들이 책을 찾기 시작한 영향이다. ‘주린이도 술술 읽는 친절한 주식책’ ‘주식투자 무작정 따라하기’처럼 주식 투자 입문자들을 위해 기본적인 투자원칙을 풀어쓴 책들이 많이 팔린다. 투자 전문 유튜버 염승환 씨가 쓴 ‘주린이가 가장 알고 싶은 최다 질문 TOP 77’은 이달 21일 출간하자마자 교보문고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주식투자 실용서가 교보문고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건 처음이다. 올해 주식시장 전망을 다룬 ‘미스터마켓 2021’도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표정훈 출판평론가는 “주식 투자에 처음 나서는 사람들의 폭이 넓어지면서 주식 관련 유튜브 채널을 거쳐 출판계에서까지 관련 콘텐츠가 주목받고 있다”면서 “동영상은 휘발성이 강하기 때문에 재테크처럼 실용적인 분야에선 참고서처럼 여러 번 읽으면서 체득하고 실제로 활용하기 위해 책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판매량 상위권에 있는 ‘돈의 심리학’ ‘2030 축의 전환’의 경우 직접투자 노하우를 가르쳐주진 않아도 다양한 투자 스토리와 코로나19 사태 이후의 경제전망을 다루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집콕족’이 늘면서 예능 셀러 판매량도 증가하고 있다.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6일 주미자, 이유자 할머니가 출연한 이후 이들의 요리책 ‘요리는 감이여’는 요리 분야 서적 1위를 차지했다. 문학 분야도 마찬가지다.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한 원태연 시인의 대표작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는 시 분야 1위에 올랐다. 정세랑 작가가 ‘겨울방학에 읽으면 좋을 책’으로 추천한 애거사 크리스티의 소설 ‘0시를 향하여’도 방송 전후를 비교할 때 판매량이 35배 늘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집에서 온 식구가 함께 보는 예능의 영향력이 커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기존에도 영화, 드라마, 예능 등에 노출된 이후에 흥행하는 미디어셀러가 있었지만 집콕 생활이 길어지면서 부모와 자녀가 함께 볼 수 있는 예능 프로그램의 영향력이 더 커졌다”고 분석했다. 김성신 출판평론가는 “시청자들이 예능 프로그램을 자주 접하다 보면 나와 소통이 될 법한 패널들이 권하는 책에 자연스레 집중하게 되는 경향이 생긴다”고 말했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