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LG 이어 선발방식 변화… 삼성-롯데는 기존 정기공채 유지 “맞춤형 취업 기회 증가” 기대 속 “경력 있는 중고신입 유리” 우려도
26일 SK그룹에 따르면 내년부터 모든 계열사가 정기 공채 대신 수시 채용으로 신입사원을 선발한다. SK그룹은 2019년 7월 매년 상·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8500명가량 뽑던 정기 공채 대신 수시 채용으로 전환해 2022년에는 100% 수시 채용으로만 선발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SK그룹은 단계적으로 수시 채용을 늘려왔다. 2019년 10개 계열사, 지난해 6개 계열사가 참여하는 정기 공채와 수시 채용을 병행했다. 올해에도 6개 안팎의 계열사가 정기 공채와 수시 채용을 함께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SK 관계자는 “현재 올해 채용 규모가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예년과 같은 규모를 유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주요 그룹 중 삼성과 롯데는 아직 정기 공채를 유지하고 있다.
기업들의 채용 방식이 달라지는 것은 경영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적합한 인재를 뽑기에 기존의 대규모 정기 공채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정기 공채는 미래 인력 수급을 예측해 한 번에 많은 수의 인재를 확보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나중에 실제 필요한 인력보다 더 많이 뽑거나 부족하게 뽑는 등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취업준비생들의 여건도 크게 달라지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은 수십 년 동안 서류전형과 대규모 필기시험, 1∼3회 직무별 면접을 통해 신입사원을 채용해 왔다. 지원자들은 서류전형 통과를 위해 불필요한 스펙을 쌓아야 했고 ‘○○고시’로까지 불리는 필기시험 준비 과정에서 직무와 무관한 공부도 해야 했다. 회사 차원에서도 정기 공채 과정에 적지 않은 비용을 써야 했고, 인사채용 담당자들이 1년의 절반 이상을 채용 준비에 써야 하는 등 부담이 컸다.
수시 채용을 진행하고 있는 한 기업 관계자는 “수시 채용이 취업 준비생들에게 유리한 면이 있다”며 “1년에 한두 번 있는 기회를 놓치면 더 이상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공채보다는 수시로 취업의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취업 희망자들이 직무와 무관한 스펙보다는 자기가 원하는 부문에 맞춤형으로 준비하는 경향이 늘어나 기업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대규모 인원이 모이기 힘들다는 점도 수시 채용 전환을 가속하고 있다.
홍석호 will@donga.com·변종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