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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나경원 “성비위 사건은 원스트라이크 아웃”

입력 | 2021-01-27 03:00:00

[서울시장 후보 릴레이 인터뷰]<3> 나경원 前국회의원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오른쪽)이 26일 서울 서대문구 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간담회를 마친 뒤 박정숙 관장과 함께 센터를 둘러보고 있다. 나 전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성추행 사건으로 보선을 발생시킨 민주당의 후보는 시대정신에 맞지 않다”면서 “결단력 있는 리더십이 서울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한땐 실패한 적 없는 ‘인기 정치인’이었지만, 지난 10년은 음지와 양지를 오가며 단단해져 간 인고의 시간이었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전 시장에게 패한 뒤 10년 만에 다시 서울시장 선거에 도전하는 나경원 전 의원은 26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결단력 있는 리더십이 시대정신”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나 전 의원은 “성추행으로 보궐선거를 발생시킨 더불어민주당이 후보를 내는 것 자체가 시대정신에 맞지 않다”며 성범죄 근절을 위한 공약을 설명하는 데 집중했다. 이를 위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구상도 밝혔다. 다음은 나 전 의원과의 일문일답.

○ “박원순-김종철 사건, 진보 진영의 민낯”

―박 전 시장에 이어 정의당 김종철 전 대표의 성추행 사건 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조국 사태’부터 진보 진영의 위선과 민낯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공정 정의 인권을 강조하면서 거꾸로 불공정 부정 이중잣대로 정당화하는 것에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는 것 아닌가.”

―정·관계의 성추행 문제, 근절방안이 있나.

“서울시에서 성비위를 한 번이라도 일으키면 바로 퇴출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구상 중이다. 문화를 바꾸는 게 중요한데, 고위공무원의 방을 안이 다 보이는 유리벽으로 만들 생각이다. 범죄 소굴로 전락한 6층 시장실을 성폭력 대책 전담 사무실로 쓰겠다.”

나 전 의원은 인터뷰를 위해 자리에 앉자마자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이날 출마선언 얘기를 꺼내며 “민주당은 억지로 당헌까지 바꿔서 지금 후보를 내는 것 아니냐”면서 “민주당 여성 후보로 나와서 일언반구도 하지 않는 건 이상하고도 슬픈 일”이라고 했다.

―야권 후보로는 마지막으로 출마 결심을 했는데, 무엇이 가장 고민이 됐나.

“바로 (아들 학술포스터 저자 특혜 등재 의혹 등) 13개의 네거티브 의혹과 수사 때문이다. 내가 나서면 또 여권은 네거티브 대상으로 삼아 만날 떠들 것 아니냐. 지난해 말 모두 무혐의가 돼 스스로 편해졌고, 당당해졌다.”

―‘1억 원 피부과’ ‘친일’ ‘아들딸 특혜 의혹’ 중 가장 심하다고 받아들이는 것은….

“아들딸 관련 의혹 제기가 가슴이 가장 아팠다. 지난 선거에서 딸과 함께 유세를 했더니 ‘장애인 딸을 이용한다’는 말이 나오더라. 유승민 전 의원 딸은 예쁘다고 좋아하면서, 내 딸의 TV 출연 등은 비판하는 것, 그게 바로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다.”

인터뷰 도중 나 전 의원은 남편으로부터 “(입대한) 아들이 특전사로 배치됐다는 연락이 왔다”는 문자메시지를 받고 “힘들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다.

○ “박영선, 80년대 개발독재 시대 사고”

나경원 국민의힘 전 의원이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바투 스테이’에서 여성일자리 현장 체험프로그램에 참여해 김밥을 말고 있다. 안철민기자 acm08@donga.com


―10년 전 서울시장 선거에 도전했던 나경원과 지금, 뭐가 달라졌나.

“2002년 당에 들어온 후 실패가 한 번도 없었고, 전당대회를 하면 늘 국민 지지도가 가장 높게 나왔다. 하지만 서울시장 선거 실패 이후 지역구도 옮겼고 총선에 낙선한 뒤엔 수사와 재판을 받았다. 작년 가을은 정말 힘들었다. 더 낮은 자세로 국민에게 가까이 가지 않고는 국민 마음을 얻지 못한다는 걸 깨달았다.”

―이번 선거의 의미를 규정한다면….

“대한민국에서 보수라는 가치가 사라질 수 있는 선거다. 또 지면 완전히 궤멸한다. 그리고 문재인 정권의 폭주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옛날 사람뿐 아니라 신인도 주목하라’고 했다.

“(웃으며) 내가 옛날 사람인가? 나는 최근까지 일을 해온 ‘요즘 사람’이다.”

―박 전 장관은 나 전 의원의 부동산 공약을 두고 “탐욕의 도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게 바로 생각이 딱 80년대 개발독재 시대에 멈춰 있다는 증거다. 시민들이 살고 싶은 곳에 살고 싶은 집을 원하는 마음도 탐욕인가?”

―민주당 대선 주자들이 이익공유제, 손실보상제 등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대선 주자들의 노름판이 벌어진 것 같다. 다만 손실보상제는 신중하게, 열린 상태로 검토하는 데 동의한다.”

―5년 뒤엔 대선에 출마할 생각이 없는가.

“선출직은 서울시장 이상 안 하려 한다.”

최근 계속 머리를 묶고 다니는 것에 대해 나 전 의원은 “남편이 내 초등학교 1학년 때 사진을 보더니 ‘리즈 시절’이라며 ‘묶는 게 낫다’고 하더라. 머리를 묶으면 좀 더 의지가 표현되는 것 같고 정신도 맑아진다”고 했다.

유성열 ryu@donga.com·전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