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성추행 후폭풍] 대변인 “피해자-국민께 깊은 사과”… ‘피해자’ 표현 공식사과는 처음 남인순도 사과… 피소 유출은 부인, 피해자 “유출 관련자 사퇴해야” 당내서도 “선거용 사과” 비판론… 권인숙 “정의당 비판 부끄럽고 참담”
○ 민주당 “피해자와 국민께 깊은 사과”
민주당 신영대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어제(25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행위가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민주당은 인권위의 결과를 존중하며 피해자와 서울시민을 비롯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민주당 여성위원회 역시 별도의 입장문을 내고 “오랜 시간 고통받아온 피해자와 가족, 실망을 안겨드린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피해자’라는 표현을 써서 공식 사과한 것은 처음이다.
검찰 수사에서 박 전 시장 측에 피소 사실을 알린 것으로 지목된 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피해자에게 ‘피해호소인’이라고 지칭해 피해를 부정하는 듯한 오해와 불신을 낳게 했다”며 공식 사과했다. 18일 박 전 시장 성추행 피해자 측이 공개 사과와 사퇴를 요구한 지 약 일주일 만이다. 다만 남 의원은 “제가 (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보와의 전화를 통해 ‘무슨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는지’ 물어본 것이 상당한 혼란을 야기했다”며 사실상 피소 사실 유출 의혹은 부인했다. 자신의 거취와 관련한 언급도 하지 않았다.
○ 당내에서조차 “선거용 사과” 비판
피해자 측 요구에도 침묵하던 민주당이 인권위 발표 하루 뒤에야 사과하고 나서자 정치권 안팎에서는 “보궐선거를 의식한 사과”라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당 지도부가 정의당 사태에 선을 긋고 나서면서 당내에서조차 이 같은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피해자인) 정의당 장혜영 의원에게 위로와 존중 그리고 연대의 마음을 보낸다”고 한 이소영 의원을 제외하면 그 누구도 관련 언급을 하지 않았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공식 언급을 않는 건 4월 선거에 불똥이 튈 수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한 중진 의원은 “타이밍상 정의당 사태에 묻어가기 위한 ‘사과를 위한 사과’라는 오해를 받기 딱 좋은 상황”이라며 “인권위 발표보다 먼저 사과를 했다면 더욱 모양새가 좋았을 것인데 아쉽다”고 했다.
민주당 권인숙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의당 사건에 대해 민주당에서 발표한 입장문은 너무나 부끄럽고 참담했다”며 “다른 당을 비난할 여유가 없다”고 했다. 전날 정의당 사태에 대해 “충격을 넘어 경악스러운 일”(민주당 최인호 수석대변인)이라는 논평을 내며 선을 그은 당 지도부를 공개 비판한 것. 권 의원은 1987년 부천경찰서 성고문사건 피해자다.
야권에서도 강도 높은 비판이 이어졌다. 국민의힘 이종배 정책위의장은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은 (김 전 대표의) 성추행에 충격을 넘어 경악이라고 반응했는데, 민주당이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냐”며 “권력형 성범죄의 온상은 민주당”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인권위 조사 결과가 나온 다음 날 바로 출마선언을 하면서도 애써 모르쇠로 일관하는 몰염치를 보였다”며 이날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선언을 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겨냥했다.
강성휘 yolo@donga.com·윤다빈·박종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