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국 고가 아파트와 저가 아파트의 가격 격차가 역대 최대 규모로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 양극화가 심해졌다는 뜻이다. 양극화 해소를 핵심 국정과제로 삼고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 주거 양극화 갈수록 심화
27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아파트 5분위 배율은 8.5로, 관련 통계 조사가 시작된 2008년 12월(8.1) 이후 가장 높았다. 배율은 주택을 가격 순으로 5등분해 상위 20%의 가격을 하위 20%의 평균 가격으로 나눠서 구한다. 따라서 수치가 커졌다는 것은 고가 주택과 저가 주택 간의 가격 차이가 그만큼 증가했다는 뜻이다. 지난해 12월 전국 1분위 아파트 평균 가격은 1억1192만 원이었고, 5분위 아파트의 평균 가격은 9억5160만 원이었다.
주거시장의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는 이밖에도 여럿이지만 다주택자가 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지난해 2주택 이상을 소유한 사람은 228만 명으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보다 16만 명 늘었다.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년 새 15.5%에서 15.9%로 증가했다. 돈 있는 사람들이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집을 더 사들였다는 의미다.
● 무주택 서민, 청년 주거 부담은 증가
2020년 12월 남한산성에 바라본 서울 아파트 숲 최혁중기자 sajinman@donga.com
반면 무주택자이거나 현 정부가 최우선 정책 보호 대상으로 꼽는 청년 1인 가구의 주거 부담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국토연구원이 18일 공개한 보고서 ‘1인 가구 연령대별 주거취약성 보완 방안’에 따르면 청년 1인 가구 10명 중 3명은 주거비로 월 소득의 30% 이상을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 소득 대비 임대료 비율(RIR)이 30%를 넘으면 주거비 과부담 가구로 본다. 이 비중이 청년 1인 가구는 31.4%로 일반가구(26.7%)나 1인 가구 평균(30.8%)보다 높았다.
치솟는 전세금은 무주택자의 부담을 키우는 직격탄이다. 한국부동산원(옛 한국감정원)이 18일 기준 전국 아파트 전세금을 조사한 결과, 1주만에 0.24% 오르며 71주 연속 상승했다. 특히 서울은 0.13%가 올라 82주 연속 상승 기록을 이어갔다.
● 전문가 경고 무시한 반 시장 정책이 문제
양극화 해소를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고 있는 현 정부가 출범 이후 서민 주거 안정을 꾀한다며 쏟아낸 부동산 정책은 모두 24차례에 달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상황을 볼 때 성적표는 낙제점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전문가들의 경고를 무시한 채 반시장적인 정책을 고집한 게 원인이라고 입을 모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11월 국민과의 대화에서 “부동산은 자신 있다. 지금 방법으로 못 잡으면 더욱 강력한 여러 방안을 강구해서 반드시 잡겠다”고 발언했다.
이후 정부는 강력한 규제 방안을 내놓았다. 또 지난해 7월에는 부작용이 크다는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주택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을 전격 도입했다. 이는 불에 기름 붓는 격이 돼 전월세 가격 급등을 불러왔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