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메디컬재활병원 화제
김모 씨(51)는 지난해 12월 23일 시아버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정도였다. 집단 감염이 발생한 서울 구로구 A요양병원에 계시다가 확진된 시아버지는 서울의료원에서 격리 치료를 받았다. 다행히 고비를 넘기고 퇴원했지만 그때부터가 문제였다. 숱한 요양병원에 입원을 요청했지만 하나같이 병상을 내어주길 거절했다.
“너무 괴로웠죠. 아버님은 호흡기 치료가 필요해 집에서 돌봐 드릴 수도 없었거든요. 전염력이 사라졌다고 격리 해제 조치를 한 건데도 ‘코로나 환자’라는 딱지가 붙으니 모두 손사래를 쳤어요. 그런데 오산메디컬재활요양병원은 첫 응대부터 달랐어요.”
하지만 오산메디컬재활요양병원은 달랐다. 격리 해제 노인들에게 적극적으로 병상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집단 감염이 발생한 요양병원과 직접 소통해 환자들을 받고 있다. 이유는 하나다. “누군가는 환자들에 대한 도덕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이다.
“정말 힘든 시기였어요. 집단 감염 여파로 저희도 환자들을 다른 병원에 이송해야 했는데 아무도 받아주질 않는 거예요. 도내 요양병원 50여 곳이 모두 전원을 거부했습니다. 완치돼 최종적으로 음성 판정까지 받은 환자라고 해도 소용이 없었어요. 그 아픔을 너무 잘 알기에 지난해 12월 초부터 격리 해제된 환자분들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오산메디컬재활요양병원은 전체 195개 병상 가운데 약 25%인 50개 병상을 치료 뒤 격리 해제된 환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기저질환과 합병증을 앓는 고령 환자의 특성상 격리 해제 뒤 일반 가정에서 돌보기가 어렵다”며 “수도권 일대 요양병원뿐 아니라 코로나19 전담병원과 직접 소통해 환자 전원을 돕고 있다”고 했다.
손덕현 대한요양병원협회장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강제 전원 조치를 내놓기도 하지만 민간 요양병원으로선 집단 감염에 대한 두려움으로 격리 해제 환자를 받기 꺼리는 게 현실”이라며 “몇몇 병원이 선제적으로 나서 준다면 격리 해제 환자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지윤 asap@donga.com·이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