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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매장 둘러보듯… ‘VR 부티크’서 쇼핑하세요

입력 | 2021-01-29 03:00:00

코로나 위기를 변화의 기회로




프라다 VR 부티크

온라인으로 해외 럭셔리브랜드를 만나는 첫 번째 방법은 가상현실(VR) 기술로 구현한 ‘VR 부티크’를 방문하는 것이다. VR 부티크는 매장 방문이 어려워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에 새롭게 등장한 공간이다.

돌체앤가바나 VR 부티크. 돌체앤가바나 제공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돌체앤가바나는 지난달 파리 생토노레 지역에 위치한 플래그십 스토어를 비롯해 이탈리아 로마, 호주 멜버른, 일본 오사카, 미국 마이애미, 중국 상하이 등 세계 각지의 부티크를 VR로 구현했다. 이 VR 부티크는 실제 매장과 구조, 상품 배치는 물론이고 세부 인테리어 마감재까지 완전히 똑같다. 마치 실제 매장을 둘러보듯, 천천히 전시된 상품을 살펴볼 수 있다. 돌체앤가바나의 공동 설립자이자 디자이너인 스테파노 가바나는 “패션 산업도 현실을 반영하고 소비자의 수요에 정확히 대응해야 한다”며 “VR부티크를 통해 우리를 찾는 고객과의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부티크 내부만 구현한 것이 아니다. 매장 주위의 거리 풍경까지 담아내 로마의 스페인광장, 멜버른 채드스톤 쇼핑센터에 실제로 와 있는 듯한 기분을 한순간이나마 느낄 수 있게 한다. 또 ‘클라이언트 어드바이저’와 통화하면서 상세한 제품 설명이나 추천 등 도움을 받는 것도 가능하다. 이 정도면 제품을 보고 만질 수 없다는 것 외에는 실제로 부티크를 방문하는 것과 다를 게 없을 정도다.

디올뷰티 VR 부티크. 디올뷰티 제공

이탈리아 브랜드 프라다는 ‘몰입형’ VR 부티크를 선보였다. 유튜브 VR나 오큘러스VR 등 전용 플랫폼을 통해 체험할 수 있다. 몰입형 VR답게 단순히 매장을 둘러보는 정도를 넘어 프라다의 본산지인 이탈리아 밀라노와 베네치아부터 일본 도쿄와 미국 뉴욕,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매장과 주위 광경을 여행하듯 둘러볼 수 있다. 프라다는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지난해 5월 미국에 본사가 위치한 글로벌 소프트웨어기업 스프링클러와 협업했다. 디올은 파리 샹젤리제 거리의 뷰티 부티크를 VR로 옮겼다.

펜디 VR 부티크. 펜디 제공

국내에도 이런 VR부티크가 있다. 지난해 12월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펜디는 국내 백화점 매장을 그대로 본뜬 가상현실(VR) 점포를 선보였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갤러리아명품관 1층 펜디 매장을 VR로 똑같이 구현했다. 매장 내부뿐만 아니라 인접해 있는 에르메스, 디올 등 다른 매장의 바깥 모습과 매장 인근의 에스컬레이터, 비상문 유도등의 모습까지 구체적으로 담아 이용자에게 실제 백화점을 돌아다니는 것 같은 현실감을 준다. 펜디 매장 내 제품을 터치하면 공식 온라인몰로 연결돼 제품 설명을 볼 수 있고 바로 구매도 가능하다.


샤넬-버버리-구찌는 ‘온라인 패션쇼’ 개최

샤넬 ‘2020/2021 샤넬 크루즈 컬렉션’

바람에 날리는 히비스커스 꽃, 바위에 부딪혀 부서지는 파도. ‘지중해에서의 산책’이라는 제목으로 샤넬이 지난해 6월 8일 진행한 ‘2020/2021 샤넬 크루즈 컬렉션’의 풍경이다. 한 달 연기 끝에 사상 처음으로 ‘온라인 패션쇼’로 열렸다. 버지니 비아드 샤넬 크리에이티브디렉터는 “우리는 대안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고, 모델들은 런웨이 대신 파리의 한 스튜디오 카메라 앞에 섰다.

샤넬 ‘2020/2021 샤넬 크루즈 컬렉션’

온라인으로 해외 럭셔리 브랜드를 만나는 두 번째 방법은 ‘온라인 패션쇼’다. 실제 런웨이의 생동감은 없지만, 런웨이를 촬영한 것이 아닌, 영상 송출을 목적으로 만든 쇼는 오히려 ‘방구석 1열’에서 감상하는 이들에게는 더 생생함을 준다. 지난해 럭셔리 브랜드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첫 온라인 패션쇼를 진행했다.

돌체앤가바나 ‘DG 디지털 쇼’

9월에는 영국 버버리 패션쇼가 온라인으로 열렸다. 이 쇼는 ‘런던 패션위크’의 메인 행사였다. 런던 한 외곽의 한적한 숲에서 열린 버버리 ‘2021 봄·여름 컬렉션’ 쇼는 관객이 한 명도 없었지만 전 세계 어디서나 동시에 감상할 수 있었다. 돌체앤가바나도 지난해 11월 ‘DG 디지털 쇼’라는 이름의 온라인 패션쇼를 진행했다. 카메라가 도시의 풍광과 런웨이의 모델, 제품을 감각적으로 훑는 식으로 마치 실제 런웨이를 바라보는 시선을 옮긴 듯이 연출했다.

온라인 패션쇼는 모두에게 열려 있다. 패션산업 관계자나 셀럽, 부유층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영국 가디언지는 버버리의 온라인 패션쇼에 대해 “누구나 볼 수 있지만, 아무도 볼 수 없는 쇼”라고 평가했다. 프라다가 지난해 9월 밀라노의 한 스튜디오에서 생중계한 ‘봄·여름 2021’ 쇼는 1만2000여 명이 동시에 시청했다.

구찌는 더 나아갔다. ‘구찌페스트’라는 온라인 축제를 통해, 7개의 미니시리즈 형식 패션 영화 ‘끝나지 않는 무언가의 서막’을 선보였다. 구찌 총괄 디자이너 알렉산드로 미켈레가 ‘굿 윌 헌팅’의 감독 구스 반 산트와 손잡고 제작했다. 빌리 아일리시, 해리 스타일스와 같은 ‘구찌의 스타’들을 비롯해 구찌 옷을 입은 이들이 거리를 수놓는 이 영상은 패션쇼의 캣워크가 사라질 수 있다는 불확실성까지 세련되게 담아냈다.

패션산업계에선 지난해 촉발됐던 럭셔리 브랜드들의 디지털 트렌드가 올해는 더 가속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프라다의 수석 디자이너 미우치아 프라다는 디지털 쇼가 끝난 후 진행한 화상 인터뷰에서 “기술과 패션의 결합은 아주 새롭고 혁명적”이라며 “브랜드는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켈레 수석 디자이너는 “더 이상 패션이 매장에 갇혀 있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올해의 ‘방구석 1열’ 패션쇼도 볼거리가 풍성할 듯하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