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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지우기’ 나선 바이든 행정부…“사우디·UAE 무기 수출 잠정 중단”

입력 | 2021-01-28 16:38:00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에 대한 무기 수출을 잠정 중단하고 기존 수출 계획도 재검토에 들어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일방적인 사우디 진영 편들기 외교 정책을 뒤집고 중동서 다자주의에 기초한 균형 잡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조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에서 사우디에 수출키로 한 정밀 유도탄, UAE에 판매키로 한 F-35 전투기 등 수십억 달러 규모의 무기 거래를 재검토한다는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사우디 측이 주문한 GBU-39 소형 정밀폭탄 3000발 등 2억9000만 달러(약 3300억 원) 규모 무기 주문을 지난달 말 승인했다. UAE 측이 요구한 최신예 전투기 F-35 50기 등 230억 달러(약 25조7000억 원) 규모의 무기 계약도 퇴임 직전 체결했다.

사우디와 UAE 모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외교 정책에 보조를 맞춰온 중동 국가들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8년 3월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백악관에서 만나 “사우디가 구매한 무기 덕분에 미국 내 일자리가 4만여 개 늘었다”고 말했다. UAE도 트럼프 행정부의 친이스라엘 정책에 호응해 지난해 8월 이스라엘과 정식 외교 관계를 수립하는 등 미국과 각별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트럼프가 UAE 측의 F-35 구매 요청을 승인한 것도 이 같은 관계를 염두에 두고 준 ‘선물’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반면 조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중동에 대규모 무기를 판매하는 것에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다. 특히 사우디에 대한 미국산 무기 판매 중단은 대선 공약이기도 했다. 사우디가 예멘 내전에 개입해 대규모 폭격에 나서 민간인 피해가 확산되자 이를 비판하기도 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27일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예멘 국민들을 위한 인도적 지원에 나설 것”이라며 사우디를 압박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동 정책에서도 ‘트럼프 지우기’에 나선 모습이다. 리처드 밀스 유엔주재 미국대사 대행은 26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미국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독립을 동시에 인정하는 ‘2국가 해법’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친이스라엘 지원 정책 탓에 틀어진 팔레스타인과의 관계 회복에 나서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2018년 트럼프 행정부 시절에 탈퇴한 이란 핵합의(JCPOA)에도 복귀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27일 바이든 행정부는 페르시아만 일대에 전략폭격기 B-52를 출격시키고 비행 훈련을 하며 이란의 군사 도발 가능성에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향후 대이란 관계서 압박과 협상을 병행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카이로=임현석 특파원 l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