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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달고 안내로봇… 백화점 틀을 깨다

입력 | 2021-01-29 03:00:00

생존전략으로 새로운 공간 꾸미기
내달 26일 오픈 여의도 ‘더 현대 서울’
실내공원 두고 무인매장까지
롯데 영등포점, 서점-테슬라 매장
신세계 강남점은 3층에 미술품 갤러리




‘MZ세대’의 체험형 매장을 콘셉트로 리모델링을 마친 후 지난해 12월 개장한 서울 영등포구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1층 팝업스토어(위 사진)와 다음 달 26일 개점하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 현대 서울’의 내부 이미지. 각 사 제공

백화점이 달라지고 있다. 온라인 쇼핑 비중이 높아지면서 생존을 위해 효율성이 떨어진 기존 매장 활용도를 높일 새로운 전략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롯데 신세계 현대 등 ‘빅3’ 백화점 매출은 전년 대비 9.8% 줄어들며 부진을 면치 못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에 단순한 쇼핑에 만족하지 못하는 젊은 소비층의 이탈 등이 겹쳐서였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각 업체들은 신규 출점과 리뉴얼을 통해 기존의 백화점 공식을 모두 뒤집은 새로운 공간을 꾸미고 나섰다. 내부에 자연채광이 드는 숲과 공원, 아쿠아리움이 있는 데다 로봇이 돌아다니는 백화점이다.

○ 숲과 로봇이 있는 백화점

현대백화점이 다음 달 2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오픈하는 ‘더 현대 서울’은 기존의 백화점 공식을 완전히 벗어났다. 수도권에서 가장 큰 백화점인 현대백화점 판교점(9만2416m²)과 비슷한 8만9100m²의 대형 공간 안에 8m에 달하는 광폭의 타원형 이동로를 갖춰 개방감을 극대화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대형 크루즈선을 떠올릴 수 있는 디자인”이라며 “코로나19 시대 안전하고 오래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고안했다”고 설명했다.

매장에 창문을 두지 않는 건 백화점 업계의 전통적인 불문율이었지만 더 현대 서울은 천장을 유리로 제작해 모든 층에 자연 채광이 든다. 또 5층 3300m² 규모의 실내 녹색 공원 ‘사운즈 포레스트’를 비롯해 매장 곳곳에 조경을 갖췄다.

무인 매장도 들어선다. 패션잡화, 생활용품 등을 판매하는 라이프스타일숍 ‘스마트 스토어’는 소비자가 미리 결제수단을 등록하면 매장 내 설치된 40여 개 카메라와 150여 개 무게감지센서로 자동결제가 된다. 이를 위해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협업했다.

이 외에도 안내와 안전관리를 위한 로봇 배치부터 ‘백화점’ ‘지역명’을 뺀 점포 이름까지 모두 기존 백화점 공식을 깼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형종 현대백화점 사장은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쇼핑 경험과 가치를 고객들에게 제공해 ‘미래 백화점의 새로운 모델’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

○ 스타일을 경험하는 공간으로 탈바꿈

롯데, 신세계 백화점도 변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서울 영등포점 1, 2층에 스니커즈 거래소, 큐레이션 서점, 전기차 업체 테슬라 매장에 각종 편집숍까지 배치했다. 1, 2층은 뷰티, 잡화, 럭셔리 브랜드로 구성하는 공식을 깬 것. 조용욱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장은 “미래 고객인 MZ세대들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하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올 6월 개점하는 경기 동탄점을 ‘플래그십 스트리트몰’ 형식으로 구성할 계획이다.

신세계백화점은 국내 백화점 점포 중 매출 1위인 서울 서초구 강남본점 3층에 국내 최대의 해외 패션 전문관과 함께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미술품을 감상할 수 있는 갤러리를 만들었다. 또한 올해 7월 완료되는 리뉴얼 작업을 통해 국내 백화점으로서는 처음으로 1층과 2층 사이 중층을 만들고, 1층을 초대형 화장품 전문관으로 구성한다. 올 8월 오픈을 앞둔 대전 신세계엑스포점은 193m의 높이에서 대전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와 호텔, 아쿠아리움, KAIST와 협업해 만드는 과학관까지 갖출 예정이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