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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수화 통역사, 알고보니 극우 지지자

입력 | 2021-01-29 03:00:00

대선 부정선거 음모론 제기하는 극우단체 페북서 수화 통역 파문
“통역 금지” 온라인 청원 등장




‘포용성’을 강조한 조 바이든 행정부가 25일 미국 백악관의 정례 기자회견에 사상 최초로 수화(手話) 통역을 도입했지만 통역사 헤더 뮤쇼(사진)가 극우단체의 음모론 주장을 수화로 통역하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관리했던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다. 온라인 청원사이트에는 “뮤쇼의 통역을 금지하라”는 청원이 등장했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뮤쇼가 2020년 미 대선의 부정선거 주장,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가 자행한 6일 전대미문의 의회 난입 사태 등에 관한 거짓 주장 및 음모론을 제기하는 ‘자유의 손’이란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줄곧 수화 통역을 제공해 왔다고 보도했다. 과거 동영상에서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16년 대선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문구가 쓰인 빨간 모자를 쓰고 등장했다.

이 페이지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법적으로 대선에서 승리하지 못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 미셸 여사는 트랜스젠더다’ ‘말라리아 치료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다’ 등 극우주의자가 단골로 주장하는 음모론 동영상이 여럿 등장했다. 뮤쇼는 상당수 동영상에서 수화 통역을 맡았다.

전미청각장애인협회(NAD)는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가 코로나19 정례 기자회견에서 수화 통역을 제공하지 않아 청각장애인의 권리가 침해받고 있다”며 행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하워드 로즌블럼 NAD 회장은 “백악관 기자회견에 참여하는 통역사가 적절한 자격을 갖춘 사람인지 제대로 검증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