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후베이성 청소년 농구대표팀, 박종천 감독이 2018년부터 지휘 “수비 않고 공격만 하던 습관 바꿔” 우한에 숙소 있어 코로나 직격탄 한때 물-음식 부족 겪은 적도
한국 농구대표 선수를 거쳐 지도자로도 성공시대를 열었던 박종천 감독(61·사진)은 요즘 중국 후베이(湖北)성 18세 이하 청소년 농구대표팀에서 지휘봉을 잡고 있다. 28일 현지 선수촌에서 훈련 도중 전화로 연결된 박 감독은 원석에 가깝던 유망주들이 기량을 가다듬어 성장하는 모습에 흐뭇함을 감추지 못했다.
3년 전 박 감독이 부임하기 전 후베이성 청소년 대표팀은 형편없었다. 전국대회 본선에는 한 번도 진출해 본 적이 없었다. 농구 인기가 많은 중국이지만 후베이성은 ‘농구의 불모지’ 같은 곳이었다. 어린 선수들을 지도하기도 쉽지 않았다. 1980년 중국 산아제한 정책에 따라 가정 내 한 자녀로 ‘소황제(小皇帝)’처럼 자라온 선수들은 신임 외국인 감독에게 욕을 하며 대들기도 했다.
박 감독이 머무는 후베이성 선수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발원지로 알려진 우한(武漢)에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물과 음식 부족에 시달린 아찔한 경험을 했던 박 감독은 일시 귀국했다가 8월에 다시 중국으로 돌아갔다. 최근 중국 정부는 다음 달 춘제(春節·중국의 설날)를 앞두고 시민 이동을 자제하는 공문을 냈다. 후베이성 청소년농구연맹은 선수촌 내 감독들의 외출 가능 횟수를 주 3, 4회에서 1회로 줄였다. 답답함 속에서도 박 감독은 9월 열리는 중국 전국체육대회 8강 진출이라는 목표를 향해 선수들과 땀을 쏟고 있다.
한국 농구 소식에도 늘 귀를 기울인다는 박 감독은 “무관중 경기라 흥이 나지 않겠지만 어디선가 보고 있을 팬들을 위해 한 발이라도 더 뛰면 좋겠다”며 “은퇴 후 해외 지도자에 도전해 보는 일도 의미 있을 것 같다. 그런 꿈이 있다면 언제라도 도움을 주겠다”고 말했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