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취임식은 가톨릭적인 이벤트였다. 취임식 기도는 예수회 신부가 맡았고 참석자들도 가톨릭 신자들이 주를 이뤘다. 축가를 부른 레이디 가가는 이탈리아계, 제니퍼 로페즈는 라틴계, 축시를 낭송한 어맨다 고먼은 아프리카계 가톨릭 신자다. 최초의 흑인 출신 국방장관 로이드 오스틴과 노동부 및 보훈부 장관 지명자를 비롯해 바이든의 초대 내각엔 가톨릭 신자가 다수 포함돼 있어 미 역사상 가장 가톨릭적인 정부로 불린다.
▷바이든 대통령은 가톨릭 중에서도 진보파에 속한다. 낙태와 동성결혼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반대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믿음을 강요할 권리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보수적인 미 주교회의는 취임식에 즈음해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고 생명을 위협하는 정책을 추진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바이든의 최대 우군은 진보 성향인 프란치스코 교황. 교황이 공개적인 지지선언을 한 적은 없지만 미 주교회의 비판 성명이 나왔을 땐 미국 내 교황 쪽 추기경들이 반박 성명을 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첫날 파리기후협약에 복귀하고 멕시코와 국경 장벽 건설을 중단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정의와 연대를 강조하는 진보적 가톨릭의 면모를 보여줬다. 그의 종교적 신념이 분열된 미국을 치유하고 평화로운 세계질서를 복원하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와 접점을 찾고 있는 ‘디모테오’ 문재인 대통령은 정상 간의 공통된 신앙에서 대화의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