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한국기상협회 이사장
인도양 동쪽과 서쪽 바다의 해수 온도 차로 발생하는 ‘다이폴(dipole)’이 2020년 초에 발생하면서 전혀 상관없는 지역에까지 재난을 불렀다. 아프리카 동쪽 지방에 홍수가 발생했고, 아프리카와 중동과 인도를 거쳐 중국에까지 강력한 메뚜기 재앙이 발생했다. 호주는 불볕더위와 가뭄으로 대형 산불이 발생해 야생동물이 10억 마리 이상 희생됐다.
2020년 북극권 고온 현상은 기후학자들의 시뮬레이션으로는 8만 년에 한 번 나타난 이상고온이었다. 북극권 지역의 6월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10도 이상 높았고 사람이 사는 곳 중 가장 추운 베르호얀스크는 38도의 불볕더위를 기록했다. 고온 현상으로 발생한 북극권 대형 산불은 역대 최악으로 러시아 당국이 진화를 포기할 정도였다. 여기에 북극권 고온으로 만들어진 상층의 한랭 공기가 동아시아 상공에 머물면서 한국 중국 일본에 최악의 홍수를 불러왔다. 우리나라는 중부지방에서 54일의 최장 장마 기간을 기록했고 강수량도 가장 많았다.
그런데 이 태풍이 비슷한 시기 미국 서부를 잿더미로 만든 역대 최악의 산불에 영향을 줬다. 한반도를 지나간 태풍이 북반구를 가로지르는 기류에 변화를 일으켜 미국 북서쪽에 예상치 못한 강한 고기압을 만든 것이다. 이 고기압으로 북에서 남쪽으로 흐르던 미국 서부의 바람이 동에서 서로 방향이 바뀌었다. 바람이 로키산맥을 넘어 매우 건조하고 강한 푄 바람으로 변해 대형 산불에 기름을 부어 버린 것이다.
“내가 북극의 실제 오존 구멍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독일항공우주센터 소속 마르틴 다메리스의 말처럼 지난해 봄에 역대 가장 큰 오존홀이 발생했다. 남극은 오존홀이 늘 관측되지만 북극 오존홀은 거의 관측되지 않는데 이례적인 북극권 고온 등의 극심한 대류권 변동이 성층권 흐름에 영향을 주어 오존홀이 발생한 것이다. “2020년 북극권의 큰 오존홀은 우리가 기후변화에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함을 보여준다.” 페테리 탈라스 세계기상기구(WMO) 사무총장의 말처럼 올해도 시작부터 심상치 않다. 20년 만의 한파와 폭설, 그리고 극심한 기온변화를 보면서 더 많은 기후재앙이 발생하지 않을까 두렵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한국기상협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