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법관 탄핵이면 선례이고 역사를 만드는 것인데 무죄 판결에다가 더구나 미확정 판결을 가지고 법관을 탄핵하겠다니 이해할 수 없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29일 여당이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자 이렇게 말했다. 재경지법의 한 평판사는 “여당이 주도하는 탄핵을 다들 심각하게 지켜보고 있다”면서 “꼭 특정 재판이 있은 후에 판사들 탄핵을 거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판사도 “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을 하겠다는 발언을 보고 ‘잠을 못 잤다’고 얘기하는 판사들이 많다”며 “여당에 불리한 판결이 나면 탄핵을 운운하더니 이제는 아예 탄핵을 추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판사들 익명 커뮤니티에선 법관 탄핵에 대한 우려 섞인 전망이 지난해부터 나왔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한 1심 재판부의 유죄 판결 직후 여권이 재판부에 대한 탄핵을 거론하자 “정권이 원하지 않는 재판을 하면 개혁 대상이냐”란 비판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 대해 “법원 개혁이라 하지만 손보기로 보인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같은 재판소를 설치하겠다는 건가” 등의 댓글이 달렸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했던 검찰에서는 “왜 임 부장판사만 선별적으로 탄핵하느냐”라는 반응이 나왔다. 검찰 관계자는 “요즘 법원에서 여당에 거슬리는 판결이 나오니 이 시점에 판사 탄핵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위은지 wizi@donga.com·황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