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 동갑내기 막내들… 올시즌 주전 자리잡고 급성장 신인상 수상도 유력해 집안싸움… 레프트 김선호, 1순위 지명 이름값 리베로 박경민, 여오현 이을 재목… 팀은 6위 머물지만 재정비 과정 최태웅 감독도 “너희 시대가 온다”
현대캐피탈의 신인 레프트 김선호(왼쪽)와 리베로 박경민이 충남 천안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 코트 위에서 활짝 웃으며 리시브 자세를 취하고 있다. 데뷔 첫해부터 주전 자리를 꿰찬 두 선수는 나란히 강력한 신인선수상 후보로 꼽힌다. 두 선수는 “리빌딩의 중심이라는 게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거침없이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현대캐피탈 제공
남자부 현대캐피탈은 29일 현재 7개 구단 중 6위에 머물러 있다. ‘배구 명가’라는 수식어에 걸맞지 않은 자리다. 그러나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에게는 ‘밥을 안 먹어도 배부른’ 때가 있다. 신인선수상 트로피를 두고 집안싸움을 벌이고 있는 레프트 김선호(22)와 리베로 박경민(22)을 이야기할 때다. 현대캐피탈은 1라운드 지명이 유력한 두 선수를 모두 잡기 위해 이번 연도 신인 드래프트 전날인 지난해 10월 5일 KB손해보험에 센터 김재휘를 내주고 1라운드 지명권을 받아 오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데뷔 시즌 곧바로 선발 자리를 꿰찬 두 선수의 성장 속도는 기대 이상이다. 전체 1순위로 지명된 김선호는 28일 현재 리시브 11위(리시브 효율 36.80%)에 올라 있다. 전체 4순위 박경민은 디그 4위(세트당 2.061개)에 자리하고 있다. 일명 ‘현대캐피탈 청소년 배구단’의 중심 멤버인 둘은 팀 리빌딩 과정의 핵심이다. 최 감독도 기자회견 때마다 “신인선수상을 2명이 다 받거나 반으로 쪼갤 순 없느냐”며 지원 사격을 하고 있다.
최근 현대캐피탈 숙소 겸 체육관인 충남 천안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에서 만난 두 선수 역시 신인선수상 최고의 경쟁자로 서로를 꼽았다. 2017년 19세 이하 세계선수권(4강)에서도 호흡을 맞췄던 두 선수는 서로에 대해 “리시브 라인에 함께 서면 마음이 편해진다. 언젠가 꼭 같은 팀에서 뛰고 싶었다”고 입을 모았다. 박경민이 “공격수였다면 내가 신인왕이 유력할 것”이라며 자극하자 김선호가 “(내가 받을지도 모르니) 상금 공약을 함부로 걸지 않겠다”고 맞불을 놨다. 고교 시절 박경민은 세터에서 리베로로, 김선호는 리베로에서 레프트로 바꾸는 등 포지션 변경을 한 것도 두 선수의 공통점. 여러 포지션을 소화해 본 만큼 경기를 읽는 눈과 기본기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박경민은 같은 포지션의 여오현 플레잉코치(43)의 전성기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리더십이 있다는 게 구단 관계자의 설명이다.
인터뷰가 끝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누가 신인선수상을 받든 상금을 반으로 나누는 게 어떠냐”는 박경민의 제안에 김선호가 “좋은데”라고 화답했다. 최 감독이 인정한 절친인 두 선수가 만들어갈 현대캐피탈의 미래가 사뭇 궁금하다.
천안=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