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드론쇼 디자이너 옥홍재씨
3년 만인 올해 1월 1일 창업 7년차 스타트업 유비파이는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상공에서 국내 기술로 직접 만든 드론 1000대로 자동차와 황소를 형상화하는 세계 정상급 드론쇼를 선보였다. 지난해 코로나 극복 및 한국판 뉴딜 플래시몹, 6·25전쟁 70주년 기념식 등 주요 행사마다 드론 공연이 밤하늘을 수놓았다. 모두 ‘국내 1호 드론쇼 디자이너’ 옥홍재 씨(33·사진)의 작품이다. 옥 씨를 서울 관악구 유비파이 사무실에서 지난달 21일 만났다. 옥 씨는 드론쇼를 “밤하늘이란 도화지에 빛나는 점(라이트 드론)으로 채색한 그림”이라고 정의했다. “기술과 예술의 경계에서 드론 1000대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때 신비한 감동이 있다”고 말했다.
새해 첫날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상공에서 펼쳐진 현대자동차 ‘카운트다운’ 드론쇼에서 유비파이의 라이트 드론 IFO 1000대가 3차원(3D) 황소 그림을 연출하고 있다. 폭 300m, 높이 200m 규모의 드론쇼는 세상에서 가장 큰 미디어 아트로 불린다. 유비파이 제공
유비파이는 2015년 창업 후 3년간 레이싱 드론을 주로 만들었다. 그러다 평창 겨울올림픽 드론쇼를 계기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광고나 공연에 드론을 이용하는 드론쇼의 상용화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다. 옥 씨는 드론 전문가인 임현 유비파이 대표(36)에게 드론 군집비행 원리를 배운 뒤 유튜브로 필요한 프로그램을 독학했다. 처음 6대로 시작된 운용 개체 수는 100대, 300대, 1000대로 늘었다.
지난해 말 현대자동차 의뢰로 한 달 만에 드론 수를 700대 더 늘렸을 때는 기존 프로그램이 다운되기도 했다. 드론 1대마다 XYZ축으로 모션, 색깔 등 입체 데이터가 쌓여 업데이트 때마다 400만 개 이상의 키프레임이 입력됐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이 연산을 못 따라가거나 기체 스펙 탓에 원하는 속도감이 안 나올 때는 임 대표가 기계 성능을 높여 옥 씨의 연출을 뒷받침했다.
애초 정보기술(IT) 문외한이던 옥 씨는 2014년 홍익대 산업디자인과 졸업전시회 작품을 구상하면서 처음 드론을 접했다. 창업을 준비하던 임 대표의 도움으로 시제품을 만들었고 홍익대 졸업전시회 사상 첫 드론 작품을 출품했다. 드론의 매력에 빠진 옥 씨는 졸업 후 임 대표 등 서울대 항공공학 박사 3명이 창업한 유비파이에 첫 직원으로 입사했다.
유비파이는 20억 달러(약 2조2368억 원) 규모인 세계 불꽃놀이 시장의 절반이 드론쇼로 대체될 것으로 기대한다. 정부, 현대차, NC다이노스 등의 행사를 홍보 드론쇼로 찍은 유튜브 동영상은 1000만 뷰를 넘기며 세계인을 사로잡았다.
옥 씨는 “드론쇼는 불꽃놀이 대체품을 뛰어넘어 하늘의 광고판이 될 것”이라며 “한국 드라마가 세계에서 한류로 인정받는 것처럼 국내 드론쇼 기술력도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