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 자율 참석-자리 서열도 없애… 부서 직접 찾아가 업무보고 받기도 야당 - 각계 인사들도 수시로 만나… “춘추관 찾을것” 언론접촉도 넓힐듯 일각 “재난금 교통정리 첫 시험대”
‘청와대 2인자’인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사진)이 지난달 1일 취임 이후 한 달여 동안 가장 많이 강조한 말이다. 국정 운영에서 기동성과 신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격식은 없애고 적극적으로 소통하라는 게 유 실장의 스타일이라는 청와대 안팎의 평가가 나온다.
31일 청와대에 따르면 유 실장은 취임 직후부터 “소통을 강화하고 현장 대응성을 강화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실장은 또 “공유와 소통 활성화가 보안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핑곗거리가 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유 실장은 취임 직후 이뤄진 부서별 업무보고에서도 격의 없이 각 사무실을 본인이 찾아가 받았다. 유 실장은 또 참모들에게 “(보고서 없이) 열 손가락만 들고 들어오라”고 지시했다. 긴급한 현안이 발생했을 때 보고서 작성에 지나치게 시간을 쏟지 말고 대응하라는 취지다.
노영민 전 실장 시절 ‘경직적’이라는 평을 듣던 언론 및 대외협력 기조도 다소 달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청와대 참모는 “노 전 실장은 청와대의 공식 브리핑에서 나오지 않았던 내용이 보도되면 수시로 민정수석실에 감찰을 지시했다”며 “유 실장이 2월부터 수시로 춘추관을 찾아 언론과 직접 소통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 실장은 또 야당 인사들과 각계 인사들도 수시로 만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소통 전문가인 유 실장을 발탁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뜻이 투영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 친문(친문재인) 인사는 “문 대통령이 사실상 마지막 비서실장으로 대선 캠프 출신이나 측근을 배제한 건 정치공학적 판단과 이해관계에 따라 정책과 인사가 좌지우지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의지였다”고 말했다. 유 실장은 스스로도 자신의 역할에 대해 “조정자, 조력자, 활력을 주는 사람(Energizer)”이라고 주변에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런 유 실장의 움직임이 청와대의 실제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4차 재난지원금 등을 놓고 총리실과 여당의 의견 차이가 큰 상황”이라며 “어떻게 유 실장이 교통정리를 하는지가 첫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출신인 유 실장이 부동산 등 경제정책을 잘 조정하느냐도 그의 최대 과제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