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노동력과 소비자로만 보는 시각 인구정책 시장에서 원인 찾으면 성공 못해 결혼-출산이 미혼 청년들의 희망이 돼야 수도권 뛰어넘는 전체 청년 대상 정책 필요
김석호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인구학에서 상식으로 통하는 담론은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가져올 국가 경제성장의 저해이다. 노동자와 소비자가 줄어들면 성장엔진을 돌릴 수 없어 시장은 활력을 잃게 된다. 성장 지체와 경제 활력의 감소는 노인 부양의 부담으로 연결되고, 복지와 사회보장 제도의 지속가능성에 문제가 생긴다는 논리이다. 동의한다. 다만 앞으로 태어날 아이를 시장이 요구하는 노동력과 소비자로만 보는 시각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그러한 시각으로 인한 패착은 없었던 것일까?
청년은 결혼과 출산 전, 가족 형성을 통한 행복한 삶을 꿈꾼다. 양육과 교육, 노동과 소비, 가족과 주거, 노후와 여가가 모두 이 희망적 계산 안에 있다. 그래서 출생은 생산가능인구 증가보다 더 심오한 우리 삶의 근본적 의미와 연결돼 있다. 출생은 우리가 생각하고 공부하고 일하고 웃고 즐기고 더불어 사는, 존중받아야 하는 존재로서의 출발이다. 출생아를 잠재적 노동력으로 간주하고 시장 유지의 조바심에서 나온 정책이 과연 결혼과 출산으로 이어지게 할까? 더 낳으라고 하기 전에 생명의 존엄에 대한 예의부터 회복하는 게 순서 아닐까? 현장에서 매일 청년의 죽음이 속출하는데 한 생명이라도 더 구하자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조차 누더기로 만들어 놓고 왜 더 낳으라고 하나. 낳으라고 하기 전에 안전한 공간에서 일할 수 있고, 더 나은 세상에서 살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신뢰를 얻는 게 상식이다. 시장 친화적 환경이 안전한 일터와 대척점에 있는 사회에서 누가 아이를 낳겠나. 인구정책이 시장에서 그 존재 이유를 찾아선 희망이 없다.
기혼자 저출산 대책 중심의 인구정책은 실패를 반복할 뿐이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2021∼2025년)은 예산의 절반을 성평등 육아와 양육 지원에 투입할 계획을 제시한다. 육아와 양육의 어려움과 지원 부재가 출산을 단념하는 중요 이유였다는 점에서 수긍할 만하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여전히 미혼 청년을 염두에 두지 않은 기혼자 중심의 저출산 대책이기 때문이다. 아이 키우는 부담을 일부 덜어주는 것만으로 청년이 결혼과 출산을 생애의 희망적 계산 안에 포함할까? 결혼 기피가 인구 감소의 중심에 있는 이상, 마음 놓고 일하며 결혼하고, 삶을 누리는 미래에 대한 예측과 전망을 청년이 가질 수 있게 해야 하지 않을까? 기존 저출산 대책에는 결혼을 꺼리는 미혼 청년의 일과 생활, 그리고 마음에 대한 고려가 없다. 미혼 청년이 미래에 대한 예측과 전망에 따라 결혼 결정을 한다면 ‘결혼-출산-양육-교육-노동-노후’로 이어지는 생애 과정 전체를 아우르는 시각이 인구정책에 들어와야 한다. 그 시작은 청년정책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미래의 청년정책은 수도권 거주 대학 졸업자만 고려한 것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김석호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사회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