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부는 이날 오전 전격 쿠데타를 감행한 뒤 군TV를 통해 “군부는 1년 간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민 아웅 흘라잉 국방군 총사령관에게 권력이 이양됐다”고 발표했다. 이날은 마침 미얀마 국회 하원 개원일이서 주요 정치 지도자들이 모여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지 고문이 이끄는 집권 민주주의 민족동맹(NLD)의 묘 뉜 대변인은 로이터와의 통화에서 “수지 고문과 윈 민 대통령이 수도인 네피도에서 군에 의해 구금됐다”고 전했다. 수지 고문은 “군부의 행동은 정당하지 않고 헌법과 유권자의 의지에 정면으로 반한다”며 NLD의 페이스북을 통해 쿠데타를 비판했다.
국제사회는 군부를 강하게 비난했다.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은 선거 결과를 뒤집거나 미얀마 민주주의로의 이행을 지연시키는 어떠한 시도에도 반대한다. 현 상황이 철회되지 않으면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 관련 내용을 보고받았다고 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도 ‘심각한 우려와 불안’을 표명하며 “모든 정부 관계자들과 시민사회 지도자들을 풀어줄 것을 군 지도자들에 촉구한다”고 밝혔다. 안토니오 쿠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수지 고문과 다른 정치 지도자들의 구금을 강력 규탄한다”고 밝혔다.
미얀마 주재 한국대사관은 이날 “금일 새벽 발생한 급변 사태와 관련, 우리 대사관에서는 모든 채널을 총 동원하여 관련 사항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사관은 현지 체류 중인 우리 국민들에게 “대중이 모이는 장소 방문이나 외출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하며 사태를 주시했다. 한국에서도 현지 대사관이나 주요 기업의 주재원들과 연락이 제대로 닿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미얀마 곳곳에서 현금인출기(ATM) 앞에 사람들이 길게 줄 선 사진이 올라오는 등 혼란스러운 상황이 전해졌다. 국영TV와 라디오는 오전부터 ‘기술적인 문제’로 방송을 중단했다고 페이스북을 통해 밝혔고, 수도 네피도와 최대 도시 양곤에서도 인터넷과 전화선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