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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게임스톱이 몰고 온 공매도 이슈…개미들도 ‘위험한 줄타기’

입력 | 2021-02-01 16:58:00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회장이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공매도 재개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한투연은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힘을 합쳐 출범한 개인투자자 보호 단체다. 뉴스1


미국 뉴욕 월가 대형 헤지펀드에 맞선 개인투자자의 반(反) 공매도 운동이 국내에서도 발생. 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동안 공매도의 공격 대상이 되어온 종목들이 최근 상승 모멘텀을 나타고 있는 것. 하지만 이들 종목은 공매도 이슈가 사그라지면 하락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셀트리온은 전 거래일 대비 4만7000원(14.51%) 오른 37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에이치엘비도 코스닥 시장에서 전 거래일 대비 6500원(7.22%) 올라 9만6500원으로 마감했다.

셀트리온과 에이치엘비는 각각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공매도 잔고금액이 가장 높은 종목이다. 상장주식수 대비 공매도 비중은 각각 4.83%, 6.57%다. 공매도가 일종의 테마로 이어져 수급을 불러온 셈.

문제는 변동성이다. 변동성이 사라진다면 예고 없이 주가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날 자산운용 관계자는 “공매도 비중이 높은 종목은 고평가된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은 숏커버링이 나올 것이라 생각하고 매수를 하고 있다. 적정 주가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변동성을 보고 들어온 투자자는 변동성이 무너지면 팔고 나간다. 이때 개인투자자들이 손해를 떠안을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의 펀더멘탈을 조금 더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번 ‘공매도 전쟁’은 미 뉴욕거래소(NYSE)에 상장된 게임유통업체 게임스톱(GME)으로부터 시작했다. 공매도 비중이 유통 주식수의 130%를 넘는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고,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월스트리트베츠’ 게시판에서 활동하는 미국 개미들이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서면서 폭발적인 상승으로 이어졌다.

또 AMC엔터테인먼트나 블랙베리(BB), 코스(KOSS), 익스프레스(EXPR), 노키아(NOK)와 같이 공매도 비중이 높은 종목의 주가도 롤러코스터를 탔다.

셀트리온과 에이치엘비는 ‘한국판 게임스톱’으로 불린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가 이날 두 종목을 언급하며 “1000만 동학개미의 힘을 결집해 대응하겠다”고 입장을 밝혔을 정도다.

다만 게임스톱과 국내 사례엔 차이점이 있다. 게임스톱은 유통주식수에 비해 공매도 비중이 과하게 높아 매수전략이 유효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국내 종목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게임스톱 사례를 근거로 접근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경고가 나오는 것이다.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증시 자체가 위축되는 상황도 우려해야할 필요가 있다. 요즘 개인투자자들은 높은 변동성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기관이나 외국인투자자들은 변동성을 리스크로 보고 있다. 변동성이 과도하게 높아지면 이들은 리스크 관리를 위해 투자 비중을 줄여 주식 시장 전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

윤우열 동아닷컴 기자 cloudanc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