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어제 “문재인 대통령 임기 중에 남북 정상회담이 한 번 더 이뤄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3월 한미) 군사훈련이 연기돼 남북관계가 개선되는 물꼬를 틀 수 있다면 그 방향을 선택하는 게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한미 연합훈련 연기를 통해 또 한 차례의 정상회담 개최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문 대통령이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고 밝힌 것에서 한발 더 나가 아예 연기 쪽으로 방향을 잡자는 주장이나 다름없다. 남북 정상회담은 이미 세 차례나 개최했지만 결국 실패로 끝났고, 이런 사이 북한의 핵위협은 높아졌는데 훈련 연기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북한은 문 대통령이 필요하다면 열 수 있다는 남북군사공동위원회에도 답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훈련 연기 주장은 대북 저자세가 아닐 수 없다. 이러니까 북한이 언제든 한국을 자신들이 뜻하는 대로 이끌 수 있다는 듯한 오만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게다가 이 장관의 발언은 현실과는 동떨어진 희망적 사고에 가깝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한미동맹을 강조하며 대북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마당에 남북협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는 실무회담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부정적이다. 그런데 정부는 여전히 북한과 ‘조건 없는 대화’에 몰두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