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코로나19 한파에도 ‘사랑의 온도탑’이 114.5도까지 올라갔다.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최근 두 달간 연말연시 기부캠페인을 벌인 결과 목표액(3500억 원)의 114.5%인 4009억 원을 모았다고 어제 발표했다. 지난해 연간 모금액도 8462억 원으로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기업들의 통 큰 기부가 주를 이뤘지만 개인이 쌈짓돈을 털어 모은 비중도 30%가 넘었다.
개인 후원 증가세는 다른 모금 캠페인에서도 두드러졌다고 한다. 서울시 기부심사위원회를 거쳐 전달된 개인 기부액은 2019년 12억 원에서 지난해 58억 원으로 5배가 됐다. 국제 아동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의 개인 후원도 630억 원으로 전년도보다 13% 증가했다.
억대의 기부금을 낸 부자들도 있었지만 후원 대상자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취약계층이나 서민들이 더 많았다. 코로나로 투병 끝에 숨진 가난한 남성의 유족은 “우리 집보다 더 불우한 이웃을 도우라”는 고인의 유언에 따라 100만 원을 기부했다. 50대 장애인은 “그동안 받았던 도움을 돌려주고 싶다”며 쌀 20포대를 보내왔다. 2년간 폐지를 팔아 모은 돈 50만 원을 기탁한 70대 노인, 돼지저금통을 털어 핫팩 700개를 보내온 초등학생, 마스크 100장을 조용히 놓고 간 30대 남성도 있었다. 혈액이 부족하다는 소식에는 전년도보다 2만여 명 많은 개인 헌혈자 196만 명이 달려와 팔을 걷었다.
최근 폭설이 내리던 날 서울역 앞에서 언 몸으로 커피 한 잔을 사달라는 노숙인에게 입고 있던 외투와 장갑을 건네는 중년 남성의 사진이 신문에 보도돼 감동을 주었다. 위기가 닥칠수록 나보다 더 힘든 이웃을 위해 내 것을 내어주는 간절한 마음들이 모여 큰 힘을 발휘해 왔다. 코로나에도 기부금은 늘었다는 소식에 숱한 전화(戰禍)와 재해를 이겨낸 환난상휼(患難相恤)의 전통을 떠올리며 백신을 맞은 듯 움츠러든 가슴을 펴고 코로나 위기에 맞서는 용기를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