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가 지난해 창간 100주년을 맞아 출범시킨 히어로콘텐츠팀 2기의 기획연재보도 ‘환생: 삶을 나눈 사람들’은 국내 장기기증의 현황을 다룬다. 국내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은 장기 기증자와 이식 수혜자를 서로 알 수 없게 하지만 동아일보는 공익적 목적일 경우 정보공개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관련법을 활용해 취재했다. 서로에 대해 알고 싶어도 알아선 안 되지만 삶을 나눈 홍준이와 현우…. 현우 가족은 “기사를 통해서나마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심장을 받은 현우와 가족의 큰 기쁨이야 충분히 상상이 된다. 다만 어린 아들의 일부를 다른 이들에게 나눠주고 하늘로 보낸 부모의 마음은 감히 상상하기 어렵다. 아들이 부모보다 먼저 세상을 뜬 것만으로도 억장이 무너지는데 그들은 큰 사랑을 몸소 실천했다. 취재진이 홍준이 것이었던 현우의 건강한 심장 박동 동영상과 심전도 그래프를 보여주자 홍준이 아버지는 오열했다고 한다. “현우를 ‘마음으로 낳은 아이’라 해도 될까요. 세월이 흐르면 이제 몇 학년이 되는구나, 이 계절엔 소풍도 가겠구나 떠올릴게요.”
▷이해인 수녀의 시 ‘삶’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내 몸 속에 길을 낸 혈관 속에 사랑은 살아서 콸콸 흐르고 있다.’ 장기이식에 무관심한 사람이 많지만 보석 같은 눈과 심장을 사랑의 선물로 주고 떠나는 사람들이 지금 여기 있다. 그들의 사랑이 새 육신들에 심어져 생명의 샘처럼 솟아 흐른다.
김선미 논설위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