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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접종, 정확히 알고 불안 줄여야[동아 시론/최원석]

입력 | 2021-02-02 03:00:00

개발기간 짧지만 수만 명 대상 연구
백신 사례 늘수록 줄어드는 불확실성
접종 선택은 개인의 몫이지만
정확한 정보 기반으로 득실 따져야




최원석 고려대 의과대학 감염내과 교수

지난달 28일 정부가 발표한 코로나19 예방접종 종합계획에 따르면 백신 초기 물량에 맞춰 이번 달부터 백신 접종이 시작될 예정이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순차적으로 준비 중인 백신 접종이 원활하고 안전하게 진행되기 위해 많은 준비가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국민들에게 바른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누구에게도 백신을 강제로 접종할 수는 없다. 우선접종대상자로 접종 기회가 먼저 부여되더라도 그 선택은 개인이 하는 것이다. 판단은 각자의 가치관과 정보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문제는 어떤 정보를 바탕으로 판단하느냐이다.

우선 코로나19 백신의 연구개발 과정에 대한 오해가 없어야 한다. 코로나19 백신은 다른 백신에 비해 매우 짧은 기간에 개발이 이루어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필요한 단계가 생략된 것은 아니다. 많은 예산이 투입되어 임상 단계별 진행 여부에 대한 재정적 고민을 없앴고, 각 단계 종료 전에 다음 단계에 대한 임상적, 행정적 준비를 병행해 시간을 최대한 절약할 수 있었다. 3상 연구의 시작 후 6개월 정도 경과한 상태의 중간 분석결과를 바탕으로 긴급사용 승인이 이루어진 것은 맞다. 그러나 이는 대유행 상황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한 것으로, 이전 인플루엔자 대유행을 경험하면서 이미 절차나 개념이 어느 정도 정립된 것이기도 하다.

임상연구에 포함된 피험자의 수도 결코 적지 않다. 현재 연구 결과가 공개된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2만2000∼4만3500명 이상 피험자를 대상으로 연구가 수행됐다. 이는 치료제와 비교하면 적어도 수십 배의 피험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며, 다른 백신 임상연구에 포함된 피험자 수와 비교해도 동등한 수준이다. 현재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는 폐구균 백신, 대상포진 백신도 유사한 수의 피험자를 대상으로 수행됐다.

코로나19에 대한 백신이 상용화된 것은 처음이다. 그러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에 대한 백신이 임상연구 단계를 밟았던 적이 있기 때문에 지금보다는 적은 수이지만 인체에 투여된 경험이 있다. DNA나 mRNA를 이용한 유전체 백신 플랫폼의 경우 최종적으로 허가 단계까지 진행된 백신은 없었지만 인플루엔자, 지카바이러스, HIV, 단순포진바이러스, RS바이러스 등 다양한 병원체에 대한 백신이 개발돼 임상연구 단계가 진행된 경험이 있다.

미국에서 mRNA 백신 접종 후 발생한 이상반응은 189만 명에게 접종 후 29건의 아나필락시스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되어 다른 백신에 비해 다소 높은 빈도인 것이 확인되었다. 다만 아나필락시스는 다른 약물이나 백신, 음식이나 곤충 쏘임 등에서도 발생하는 것이다. 백신의 경우 일반적으로 10만∼100만 건당 1건 정도의 발생률로 아나필락시스가 나타날 수 있다. 노르웨이에서 발생한 사망 사례의 경우 노르웨이 공중보건 연구소는 공식적으로 백신과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는 없다고 발표했다.

아직 잘 모르는 것들도 있다. 시간에 따른 면역반응의 변화를 바탕으로 볼 때 백신 효과는 적어도 1년 이상 갈 것으로 추정되지만, 어느 정도 지속될지 아직 잘 모른다. 전 세계적으로 8000만 명 이상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은 상태에서 아주 드문 비율로 발생하는 이상반응에 대한 검증도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있지만, 1년 이상 장기적인 이상반응에 대해서는 아직 알 수 있는 시기가 아니다. 무엇보다 변이에 대한 예방효과를 알 수 없다. 현재까지 보고된 변이체의 경우 백신이 전혀 효과가 없는 상황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전체적인 변이의 방향은 기존의 면역반응을 회피하는 방향이 될 것이기 때문에 어느 시점엔가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코로나19 백신과 관련된 불확실성은 점차 줄어가고 있다. 어느 시점이든 100% 불확실성이 사라지는 것은 불가능하다. 1년을 관찰했다고 해도 10년 후의 상황을 알 수 없고, 10년을 경험했다고 해도 30∼40년 후의 상황은 알 수 없다. 결국 어느 시점에든 불확실성의 문제는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해당 시점까지의 정보를 바탕으로 득실을 따져서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것뿐이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기회가 부여되었을 때 접종 여부를 선택하는 것은 각 개인의 몫이다. 모두의 생각이 같을 수는 없다. 다만 적어도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고민과 선택이 이루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최원석 고려대 의과대학 감염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