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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종으로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겁니다. 만약 KIA와 계약했다면 4년 기준 100억 원 이상의 대형 계약을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메이저리그로 가는 길은 험난해 보입니다. 당초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계약 조건 중 하나로 내세웠던 양현종은 지금은 ‘40인 로스터’를 보장해 줄 수 있는 팀으로 눈높이를 낮췄습니다.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확실한 메이저리그 보장이라면 ‘40인 로스터’는 치열한 경쟁을 의미합니다. 양현종으로서는 30대 중반의 나이에 많게는 10살 넘게 차이 나는 어린 선수들과의 경쟁해야 합니다. 그나마 주전 선수들의 부진이나 부상 등으로 빈자리가 나지 않는다면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빅리그를 밟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운’과 ‘실력’이 모두 있어야 겨우 메이저리그라는 ‘바늘구멍’을 통과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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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만에 하나 실패한다 해도 단순한 실패는 아닙니다. 양현종 개인에게도, 그리고 원 소속팀 KIA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양현종이 KIA에 잔류했다면 그는 올 시즌에도 여전히 KBO리그를 대표하는 왼손 투수로 활약할 수 있었을까요? 결과는 누구도 모르는 것이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선수를 움직이는 가장 중요한 원동력은 동기부여입니다. 절실하고, 간절한 만큼 열심히 뛰게 되는 게 인지상정입니다.
2017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지은 직후의 양현종. 동아일보 DB
미국에 가면 그에게 모든 게 새로울 것입니다. 뛰는 환경도, 코칭스태프도, 선수들도, 팬들도 다 새롭습니다. 실패한다 해도 이런 경험이 없어지진 않습니다.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다면 가장 좋겠지만 설혹 마이너리그에서 뛴다 해도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며 배우는 게 많습니다. 이런 다양한 경험들은 남은 선수 생활을 물론 향후 지도자가 되었을 때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경제적으로도 그리 큰 손해가 아닐 수 있습니다. 메이저리그 도전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한 뒤 1년 뒤 돌아온다 해도 그는 여전히 FA입니다. 매년 200이닝 가까이 던지고, 10승 이상을 해내는 왼손 투수를 KIA를 비롯한 국내 구단이 가만 놔둘까요.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당시 김광현(세인트우이스)와 양현종. 이헌재기자 uni@donga.com
물론 지금은 메이저리그라는 앞만 보고 달려할 할 때이지요. 모쪼록 양현종의 도전이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길 희망합니다.
이헌재 기자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