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A ‘달 화장실’ 아이디어 공모 선풍기 사용해 배설물 모으는 법, 비행사 전용 ‘접이식 변기’ 등 수상 우주 방사선 차단에 대변 활용 등 무중력 용변 처리 연구도 활발
미국 항공우주국이 진행한 ‘달 화장실 챌린지’에서 1등을 수상한 아이디어(왼쪽 사진). 날개 없는 선풍기를 활용해 배설물을 한데 모아 처리한다. 오른쪽은 우주 비행사인 크리스토퍼 캐시디가 공개한 국제우주정거장(ISS)의 화장실 모습. 홈페이지 및 유튜브 캡처
이게 나사가 새로운 달 화장실 아이디어를 공모한 이유예요. 나사는 성별에 관계없이 쓸 수 있는 무게 15kg 이하, 크기 약 0.39m², 소비전력 70W 이하 화장실을 공모 조건으로 제시했어요. 1∼3등으로 선정된 세 팀에는 약 4000만 원에 달하는 상금이 수여되었지요. 아래는 1∼3등 수상작의 설명이에요.
[1등] 변기 왕좌의 진정한 승리자는 나!
― 설명: 이름인 ‘스론(THRONE)’은 ‘달 궤도 임계상 저장소 1’의 줄임말이자 ‘왕좌’라는 뜻의 영어 단어. 날개 없는 선풍기를 사용해 배설물을 모은다.
― 심사위원 한마디: “이 화장실은 선풍기를 이용해 배설물을 모으는 혁신을 이뤄냈습니다!”
[2등] 쓸 때만 부풀려요! 접는 화장실
― 수상자: 미국 대처 카든 팀
―심사위원 한마디: “아폴로 계획의 전통을 잇는, 쓰고 버리는 시스템”
[3등] 원심분리 화장실
―수상자: 프란치스카 뵐커, 독일
―설명: 원심력으로 섞여 있는 물질을 성분별로 분리하는 원심분리기 원리를 화장실에 적용했다.
―심사위원 한마디: “용변을 처리하기 위해 봉투를 쓰지 않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우주 화장실 사용법
지난해 10월 8일 나사의 우주 비행사 크리스토퍼 캐시디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국제우주정거장(ISS)의 화장실 사용법 소개 동영상을 올렸어요.
우주에서 화장실을 가기는 쉽지 않아요. 우선 비행사의 몸부터 변화를 겪거든요. 예를 들어, 우주 비행사는 오줌이 덜 마려워요. 지구에서는 오줌이 방광 바닥에 쌓이면 방광 벽 근육이 이완되며 오줌이 마렵다는 신호를 뇌로 전해요. 그런데 중력이 약하면 표면 장력으로 인해 오줌이 방광 벽에 붙어서 오줌이 마렵다는 신호가 약해지죠.
화장실 구조도 달라요. 중력이 없으니, 변기는 진공청소기처럼 용변을 빨아들여 모으는 방식으로 작동하지요. 캐시디가 소개한 ISS 화장실은 간이 화장실처럼 작은 크기예요. 우선, 대변과 소변을 따로 눠야 해요. 소변은 액체를 빨아들이는 특수한 깔때기를 통해 받아요. 깔때기에 이어진 호스를 통해 모인 소변은 따로 저장된 후, 정화되어 다시 식수로 쓰여요. 우주 비행사 제시카 마이어가 말한 것처럼 “오늘 마신 커피가 내일의 커피가 되는” 것이죠.
대변은 변기에 씌워 놓은 비닐봉지에 눠야 해요. 우리가 평소 쓰는 변기의 폭이 20cm가 넘는 데 비해 ISS 변기의 폭은 13∼15cm로 무척 좁지요. 무중력 상태에서는 대변이 중력의 영향으로 아래로 떨어지거나 모이지 않으니 조심해야 해요. 그래서 우주 비행사는 지상에서 비디오카메라가 장착된 변기 모형에 앉아 엉덩이를 조정하며 좁은 변기에 앉는 훈련을 한답니다.
○똥? 버리든가 먹든가
변기에 쌓인 배설물을 처리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버리기’예요. ISS에 모인 대변이 이런 식으로 처리되지요. 배설물이 든 봉투를 무인 우주선 ‘프로그레스’에 모은 후 프로그레스를 대기권으로 떨어뜨리면 대기와의 마찰열로 불에 타 없어지지요.
심지어 인간의 배설물은 달에도 버려져 있답니다. 1969∼1972년 달을 방문한 아폴로 계획의 우주 비행사들은 배설물을 ‘제티슨백’이라는 흰 봉투에 담아 버려두고 왔어요. 그런데 지난해 이 봉투를 다시 수거해 연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어요. 배설물 속에 들어 있는 미생물이 달에서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 연구해야 한다는 거예요.
대변을 재활용하려는 노력도 있어요. 미국 로런스 버클리 국립연구소의 핵물리학자 잭 밀러 연구팀은 똥으로 우주 방사선을 막을 수 있을지 연구했어요. 우주에는 태양 등 천체에서 오는 방사선이 쏟아져 우주 비행사의 몸에 이상이 생길 수 있어요. 이 방사선을 가장 잘 막는 물질은 수소예요.
수소를 함유한 대표적인 물질이 물이에요. 밀러 연구팀은 똥이 수분을 가득 함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어요. 그래서 일본 된장, 땅콩기름, 소금, 물, 효모 등을 섞은 가짜 똥을 만들어 방사선의 투과율을 측정했어요. 그 결과 똥 보호막 두께가 20∼28cm가 되면 방사선을 막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요.
혹은 대변을 다시 먹으면 어떨까요? 2018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지구과학과의 크리스토퍼 하우스 교수팀은 혐기성 미생물로 배설물을 분해하는 실험을 했어요. 혐기성 미생물은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 증식하는 미생물이에요. 이 미생물이 만든 영양분을 측정해 보니 단백질이 52%, 지방질이 36% 들어 있다는 결과가 나왔어요. 언젠가는 똥에 둘러싸인 채, 똥에서 나온 영양분을 먹으며 우주여행을 하는 시대가 올까요?
이혜란 기자 r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