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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최악 ‘보릿고개’ 여행업, 그래도 실적 살아난 비결은

입력 | 2021-02-03 03:00:00

‘마이리얼트립’의 과감한 피버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업종 중 하나가 여행업이다. 해외여행이 완전히 막히면서 주요 여행사들은 사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해외 현지 가이드와 국내 개인 여행자를 연결하는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 기업인 마이리얼트립도 큰 타격을 받았다. 2020년 1월 517억 원에 달했던 월 거래액은 같은 해 4월 13억 원으로 97%나 줄었다.

하지만 마이리얼트립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당시 매출 비중이 1%에 불과했던 국내 여행 사업으로 과감하게 피버팅(pivoting·방향 전환)했다. 그 결과 지난해 7월 신규 투자를 받은 데 이어 10월, 월 거래액도 100억 원대로 반등시키는 데 성공했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 313호에 실린 마이리얼트립의 피버팅 전략을 요약해 소개한다.

마이리얼트립은 국내 사업으로의 방향 전환을 논의하기 위해 주요 직원들이 모두 참여하는 비상 경영 회의체를 구성했다. 가장 먼저 새로운 타깃 고객을 국내 여행자 중에서도 ‘N박 이상의 여행을 계획하는 제주도 여행자’로 정했다. 내국인 제주 여행객들이 꾸준히 늘어날 뿐 아니라 ‘한 달 살기’ 열풍이 부는 등 여행 기간이 길어지면서 특색 있는 투어 상품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했다. 마이리얼트립이 해외여행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비결은 다양한 현지 파트너를 발굴해 기존 여행사와 차별화되는 투어 프로그램을 제공한 덕분이었다. 제주도 여행에서도 차별화된 투어 상품을 제공하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해외 상품을 담당하던 기존 사업 조직이 제주도 상품 발굴에 전력을 다한 결과 3개월 만에 1000여 개의 상품을 발굴해 플랫폼에 입점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이런 상품을 마련했는데도 불구하고 판매가 부진했다. 회사 측은 심층 고객 인터뷰를 통해 두 가지 문제점을 파악했다. 먼저 고객들 머릿속에 마이리얼트립은 여전히 해외여행 플랫폼이라는 인식이 강해 제주 여행 상품을 주력으로 밀고 있다는 사실을 잘 인지하지 못했다. 이에 마이리얼트립은 모바일 앱의 메인 화면(사진)을 아예 제주 여행 중심으로 개편했다.

두 번째 판매 부진의 이유로 기존 국내 투어 상품에 대한 고객의 만족도가 낮다는 점이 발견됐다. 해외여행과 달리 국내 여행지는 잘 알고 익숙한 곳이라 그런지 정말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면 고객이 지갑을 열려고 하지 않았다. 그래서 마이리얼트립은 설명만 봐도 ‘와, 이거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정말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상품을 발굴하는 데 집중했다. 현지 파트너를 설득해 해녀와 함께하는 극장식 레스토랑인 ‘해녀의 부엌’ 같은 인기 상품을 입점시키는 한편 기존 투어 상품을 변형해 새로운 형태로 기획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작은 독립 서점에서 일주일 살기 체험을 하는 ‘독립 서점 속 비밀의 방 제주살이’ 상품이다. 이처럼 마이리얼트립에서만 제공할 수 있는 이색적인 투어 및 액티비티 상품의 가짓수가 늘어나자 고객들의 관심도 커졌다.

이런 급격한 변화의 과정 속에서 직원들의 반발은 없었을까? 마이리얼트립은 위기에도 불구하고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았다. 이동건 대표는 변화 관리의 핵심은 ‘솔직함’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직원들이 동요할 때마다 직접 만나 회사가 처한 현재 상황과 앞으로의 비전을 솔직하게 얘기하며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강신형 충남대 경영학부 조교수 sh.kang@cnu.ac.kr

정리=배미정 기자 soya1116@donga.com